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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전쟁'에 스스로 뛰어든 미국…왜 멈추지 못했나

연합뉴스입력
美 군사사학자 제프리 와우로 '베트남전쟁'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베트남 전쟁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가장 뼈아픈 전략적 실패로 평가된다. 약 10년간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고 미군 5만8천여명이 숨졌지만, 미국의 의도와 달리 베트남은 공산주의 체제로 통일됐다. 미국은 전쟁 이후 극심한 경제 불황과 국가 이미지 실추, 국론 분열 등 후폭풍을 겪었다.

베트남전을 두고 어떻게 세계 최강 대국이었던 미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가에 관한 의문이 늘 따라붙는다. 애초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져 왔다. 베트남 현실과 미국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구조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군사사학자 제프리 와우로는 신간 '베트남전쟁'에서 왜 미국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전쟁에 뛰어들었고, 승산이 낮다고 인식하고도 전쟁을 멈추지 못했는지 파헤친다.

"베트남전쟁은 선택의 문제였다"는 첫 문장으로 저자는 미국이 베트남전에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입하고 확전에 나섰음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이 참전하도록 도발한 나라는 없었으며, 냉전의 봉쇄 정당화 논리나 '도미노 이론'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군대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텍사스대 교수인 저자는 영미권 군사 사학계를 대표하는 권위자로, 국제 안보 전문가이자 전쟁사 작가로 활동해왔다.

이 책은 새롭게 기밀 해제된 수만 장의 군사·외교·정보 문서를 비롯해 미군 작전 보고서, 백악관 녹취록, 의회 청문회 기록 등을 토대로 미국의 베트남전쟁 실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모든 전쟁의 배경에는 정치적 요인이 있지만 특히 베트남전은 더욱 그렇다고 강조한다.

그는 "베트남전은 자기방어나 민주적 이상을 위해 치른 전쟁이 아니었다"며 "미국이 베트남에 참전하고 주둔한 동기는 약해 보일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에서나 국내 정치에서 약해 보이지 않으려는 강박에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늪에 스스로 빠졌다고 그는 분석한다.

미국이 전쟁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어느 정도는 교만 때문이고, 어느 정도는 냉전 기간에 국가 안보가 정치적으로 무기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미국 정치권에서 강인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면 조롱당하고 선거에서 패할 위험이 있었고, 반공산주의 등으로 인해 1960년대 초 여론도 해외 문제 개입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존 F. 케네디,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등 미국 대통령들이 베트남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공산주의에 유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내부의 정치적 압박 등에 밀려 베트남전쟁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긴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다.

미국 수뇌부는 목표나 전략 자체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채 전쟁에 임했으며, 전황도 낙관적으로 포장했다. 또 승산이 낮다는 것을 알고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철수를 미뤘다.

책은 미국 정권의 '자기 기만'과 '무신경한 전쟁 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전쟁의 모든 단계를 살펴보면 베트남전은 권력의 오만과 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며 "베트남전은 당시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 권력의 실상을 드러내는 심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어떤 초강대국이라도 경제력, 국방력 우위만으로 모든 전쟁에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베트남전을 비롯한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의 충돌 역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저자는 미국의 중동 개입사를 추적한 저서 '유사: 중동에서 미국의 권력 추구'에서 "오늘의 수렁은 과거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 잘못을 우리가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베트남전쟁은 오늘날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데에도 시사점을 준다.

책과함께. 이재만 옮김. 864쪽.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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