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옛 파출소의 변신…외로움 나누는 '마음지구대'로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여기 무료로 커피 마실 수 있는 곳 맞나요?"
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7차로 대로변 한 3층짜리 건물.
자리를 안내받은 백발의 어르신 A(78·여)씨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정도를 확인하는 자가 진단을 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카페 같지만, 주민들의 외로움을 나누는 '마음지구대'다. 외로움을 겪지 않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파출소였다. 1989년 만수파출소로 문을 연 뒤 만수지구대와 치안센터 등으로 2008년까지 쓰이다가 이후 음식점과 카페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는 빈 건물로 남아 있었다.
이후 인천시는 국유지를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계약을 맺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3월 24일 마음지구대로 문을 열었다. 시설 운영은 인근에 있는 만월종합사회복지관이 맡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흰색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내부에는 2인용·4인용 테이블 7개가 놓여 있었다. 커피기계 옆 수납장에는 둥굴레차와 녹차 티백, 머그잔이 정리돼 있었고, 책장에는 마음 치유 에세이와 소설 등 책 100여권이 꽂혀 있었다.
벽면에는 기존 인테리어를 활용한 벽돌과 고래, 코끼리 그림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지인 소개로 처음 마음지구대를 찾은 A씨는 "이 나이가 되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특별히 할 일도 줄면서 외로움을 종종 느끼게 된다"며 "동네에 무료로 책 읽고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다"고 했다.
재즈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공간에서 이용객들은 색칠공부를 하거나 비즈 공예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 고광식(69) 씨는 익숙한 듯 커피를 내린 뒤 자리에 앉아 도안 색칠에 집중했다.
고씨는 "15년째 혼자 살다 보니 외로움이 컸다"며 "색칠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마트폰 활용 방법도 사회복지사에게 배우면서 일상생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1명과 내부 정리 직원 등 2명이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색칠 공부와 독서 외에도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스도쿠, 십자수, 필사 등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이용객들에게 안부를 묻고 대화를 이어간다. 필요하면 복지관 전문 상담으로 연결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지인과 함께 온 50대 이용객은 "우울감이 느껴져도 병원 상담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여기는 편하게 와서 사회복지사나 다른 이용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서로 살아온 이야기나 마음의 상처를 나누다 보면 4∼5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추은옥(46·여) 씨는 "집에 있으면 그냥 누워만 있게 되는데 여기는 언제든 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아지트"라며 "평소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했다.
개소 이후 지난 13일까지 마음지구대 누적 이용객은 292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이상 77명, 50대 47명, 40대 38명, 30대 이하 9명 순이다.
마음지구대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공휴일과 주말은 쉰다.
현재 개방되지 않은 2∼3층은 수리 작업을 마치고 올 하반기에 상담실과 모임 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다음 달 도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작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도 진행된다.
임선미 사회복지사는 "상담하면서 자기 말을 들어줄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이용객들이 돌아가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올 하반기 북부권역에 마음지구대 2호점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17일 "외로움은 특정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예방 차원의 접근이 중요하다"며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마음지구대와 유관기관 연계 등을 통해 시민들이 혼자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h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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