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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의궤 영구반환될까…佛, 약탈문화재 반환 절차 간소화

연합뉴스입력
기존 의회 특별법 제정→정부 결정으로 반환 가능해져 1815년∼1972년 도난·약탈 등으로 취득한 문화재 대상
'숙종인현왕후가례도감의궤' 일부 숙종이 왕비 인현왕후와 궁궐로 돌아오는 행렬을 그린 반차도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의회가 7일(현지시간) 식민지 시대에 불법적으로 취득한 문화재를 원산국으로 반환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최종 가결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군이 1866년 병인양요 때 가져간 외규장각 의궤의 영구 반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번 주 상·하원 양원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은 후 이날 불법적으로 점유된 문화재 반환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문화 유산법은 그동안 국립 박물관 등 공공기관이 소유한 소장품은 '국가 자산'이므로 누구에게도 양도하거나 팔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에 문화재를 반환하려면 해당 유물만을 위한 특별법을 매번 의회에서 통과시켜 국가 자산 목록에서 제외해야 했다.

프랑스가 2011년 4월 145년 만에 외규장각 의궤를 한국에 돌려보내며 영구 반환이 아닌 5년 주기 대여 형식을 취한 데에는 이런 법적 제약도 한몫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법에 따라 프랑스는 정부 결정만으로 불법 취득한 문화재를 본국에 반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조건들이 있다.

대상 문화재 반환 요청 국가의 현재 영토에서 유래한 것이어야 한다.

시기는 1815년 11월∼1972년 4월 사이로 한정되며, 도난, 약탈, 강압에 의한 양도, 소유권 없는 자에 의한 처분 등에 따라 취득한 문화재여야 한다.

해당 국가에서 문화재 반환 요청이 들어오면 프랑스 정부가 심사하고 추후 신설될 국가 반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최종 반환 여부를 결정한다.

이 법안을 주도한 카트린 모랭-데살리 상원의원은 "기억이 더 이상 몰수되지 않고 공유되는 길, 역사의 상처가 국가 간 새로운 대화의 토대가 되는 길을 열어준다"고 법안 통과의 의의를 설명했다.

약탈 문화재 반환 절차 간소화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과거 프랑스 식민지들에 한 약속을 이행하는 의미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수도를 찾아 프랑스가 더 이상 과거 식민지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5년 이내에 아프리카 문화유산의 반환을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아프리카 베냉, 세네갈, 코트디부아르에 약탈 문화재 일부를 반환했다.

2021년 11월 엘리제궁에서 베냉 대통령과 약탈 문화재 반환 협악서에 서명한 마크롱[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의 옛 식민 지배국들도 제국주의적 정복 과정에서 획득한 문화재를 차츰 본국에 반환하고 있다.

프랑스의 문화재 반환 절차 간소화법으로도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직지)은 한국 반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자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는 약탈·도난 문화재가 아니어서 한국이 환수에 나설 명분이 없다.

고려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직지는 1886년 초대 주한프랑스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 블랑시가 1880년대 말∼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지를 포함한 블랑시의 소장품들이 1911년 파리 경매장에 나왔을 때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으로 직지를 손에 넣었고,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그간 청주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에 직지의 대여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한국법에 압류 면제 조항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성사된 적은 없다. 1973년 이래 프랑스 국립도서관 수장고에 있다가 2023년 4∼7월 도서관에서 열린 전시 때 일반에 공개됐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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