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기대감 속 또 충돌한 미·이란…호르무즈 협상판 흔들리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던 와중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양측이 무력으로 충돌하면서 위태롭게 이어져 온 휴전 국면이 재차 위기에 직면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경계하고 있어 이번 충돌이 협상 국면의 일시적 압박 수단인지 아니면 협상판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번질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지역에서 제한적인 공격을 주고받았다.
최근 몇 주간 유지된 불안한 휴전 속에서 산발적 긴장이 이어져 왔지만, 양측이 직접 교전에 나선 것은 종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안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대이란제재 해제 등을 중심으로 절충점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는 14∼15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미 PBS 방송 인터뷰에서 방중 전에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역시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이번 협상의 중대 분수령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분위기는 하루 만에 급반전했다.
미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자위 차원에서 이란 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고, 이란군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과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보복 차원에서 미국 군함들을 공격했다고 맞섰다.
다만 양측 모두 이번 충돌로 휴전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란 국영 TV는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교전 끝에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섬과 해안 도시들의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현재가지 인명 피해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 역시 성명을 통해 "확전(escalation)을 추구하지 않지만,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미군 자산이 타격받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ABC뉴스 레이첼 스캇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휴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유효하다"라고 답했다.
스캇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대응 공격을 두고 "단지 가볍게 툭 친 것(love tap)"이라고 표현하며 충돌 수위를 제한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는 "그들(이란)이 빨리 (종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협상 상태를 유지하면서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이번 충돌이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격 중단을 전제로 한 조건부 휴전이 더욱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NYT는 "이번에 격화한 공격은 지난달부터 유지되며 몇 주간 이란에 상대적인 평온을 가져다준 휴전 체제의 완전한 붕괴 위협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은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대한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교전은 미국이 최근 제안한 종전안에 대해 이란이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해 미국이 전달한 메시지들을 검토하고 있으나, 미국과 협상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당국이 미국의 메시지에 대해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미국 측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이란 국영 매체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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