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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부처 가르침 연구한 노스님의 지혜…"안다는 착각 버려야"

연합뉴스입력
지안스님 에세이집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출간
통도사 반야암 지안스님[불광출판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통도사 반야암의 지안스님은 불교계 대표적인 학승(學僧)이자 대강백(大講伯·경론을 가르치는 데 뛰어난 스님에 대한 존칭)이다. 1970년 통도사에서 출가한 후 조계종 고시위원장, 서울불학승가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 불교를 연구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해왔다.

어느덧 산수(傘壽·80세)에 이른 노스님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법도 하지만, 새로 펴낸 에세이집 '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에서 "안다는 착각"을 경계하고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문제는 '안다'고 생각할 때 생긴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지식을 잣대 삼아 호불호를 가리는 것이 지식의 능사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안다는 그 생각으로 고정관념이라는 견고한 성을 쌓는다."(99쪽)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며 산다. 하지만 그 확신이 때로 나와 타인을 가르고 진리로 가는 길을 막아서기도 한다. 아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모를 뿐"이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할 때, 지식의 투쟁은 사라지고 만물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도(道)의 풍경이 열릴 것이다."(214쪽)

지안스님이 2015년 '안부'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이번 에세이집에는 스님이 산사에서 느낀 소회들, 오랜 세월 자연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들이 담겼다.

반세기 넘게 산사에 머문 스님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꽃에서도, 당당히 솟구친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에서도 인간 생활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리저리 떠돌지만 중심은 우뚝 솟은 청산에 두는 구름처럼 "주변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요를 지켜내는 것"이 산거 생활을 통해 배운 인생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펼쳐낸 삶과 죽음, 나이듦에 대한 생각들이 책 전체에 녹아있다.

세상과 어떻게 존엄하게 작별할 것인지가 인생의 중요한 과업이라는 스님은 "이별 연습은 결국 '말 많은 세상을 벗어나는 연습'"이라고 표현한다.

"이 연습을 하려면 하고 싶은 것을 줄여야 한다. 취미마저 줄여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것도 놓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내가 가진 지식도 보내야 하고 기술도 보내야 한다. 정신이 맑고 마음이 편안한 바보가 되어야 한다."(123쪽)

불광출판사. 224쪽.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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