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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국인 정원사가 나무와 꽃에서 발견한 위안

연합뉴스입력
사계절 따라 흐르는 정원사의 일상과 식물 이야기 담은 에세이…신간 '영국 정원 일기'
[판미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피는 것과 지는 것이 나란히 있어 정원은 결국 균형을 찾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옇게 일어나는 일상의 고민들이 씻겨 내려가기를. 지나갈 것들은 지나가고 남아야 할 것만 남아 있기를."

신간 '영국 정원 일기'는 대학 시절 만난 프랑스인 아내와 함께 15년 전 영국으로 이주해 정원사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 김민호씨의 일상과 그가 나무와 꽃을 돌보며 얻은 소박한 기쁨과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첫아이가 태어나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아빠가 된다.

마음 붙일 곳 없는 타향살이, 집 뒤편 작은 정원에서 위로를 얻은 저자는 영국 왕립원예학회(RHS) 정원사 과정을 밟은 뒤 정원 회사에 취직하고, 몇개월 후 야생화 꽃씨를 담은 전단지를 집집마다 돌리며 홀로서기에 나선다.

책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따라 피어나는 여러 식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원사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머나먼 땅에서 이방인으로 겪는 외로움과 혼란, 그 시간을 거쳐 10년차 정원사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도 담담히 이야기한다.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지만 정원은 색과 향기로 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이야기엔 국경도 사람의 언어도 없기에, 여전히 낯설고 가끔은 외로운 이곳에서 정원사를 위로한다."

어김없이 흐르는 자연에서 저자가 발견한 깨달음의 순간들은 읽는 이에게도 조용한 위안을 건넨다.

"눈앞에 핀 꽃도, 무화과나무를 오르내리는 아들의 보드라운 복사뼈도, 일요일 오전 10시쯤 정원 가득한 봄볕도 잠깐 머물다가 곧장 과거로 흘러간다. (중략) 그 순간들은 어디선가 곱게 쌓이고 어떤 형태로든 다시 솟아난다. 이처럼 시간을 붙들 수는 없지만 영영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정원은 가르쳐준다."

저자가 직접 그린 정원 도면과 직접 찍은 꽃 사진도 실려있어 정원사의 일상을 상상해볼 수 있다.

판미동. 308쪽.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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