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속 영국서 핵 완전자립론…"SLBM도 자력 개발해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 자강론에 불을 붙인 이후 영국의 핵 억지력이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완전히 자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중도 성향의 영국 제2야당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15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방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영국 자체 핵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영국은 자체 개발한 핵탄두 225개를 포함한 자국 핵병기에 대한 작전 통제권을 전적으로 가진다. 그러나 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는 미국이 개발해 관리한다.
데이비 대표는 이날 봄 전당대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연설문 발췌본에서 "영국이 2040년대에 트라이던트의 대체를 준비함에 따라 우리는 향후 20년간 필요한 수십억 파운드(수조원)를 미국이 아닌 여기 영국에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 대표는 "영국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 엔지니어, 건설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러니 여기 영국에서 우리만의, 진정으로 독립적인 핵 억지력을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영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핵폭탄을 개발했고 초기에는 영국 공군기에 핵폭탄을 탑재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핵추진잠수함 및 전략핵잠수함 건조를 시작했고 미국과의 기술 공유 합의에 따라 전략핵잠 뱅가드급에 미국에서 개발된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트라이던트 핵미사일 발사를 결정할 권한은 영국 총리에게만 있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의 승인이 필요 없다. 그러나 이 미사일 자체가 미국에서 제조되고 유지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미국에 돌아가기에 영국의 핵 전력이 대미 의존적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데이비 대표는 "트럼프가 대통령인 한, 우리는 한때 그랬듯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에 의존할 수 없고, 미국이 제2의 트럼프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에 우리 국가 안보를 걸 수는 없다"며 "우리가 주권을 가진 영국의 억지력을 구축할지 여부가 아니라 이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럽 핵 안보는 미국의 핵우산에 크게 의존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우산 철회 가능성까지 시사한 적은 없으나 유럽 내 불신이 커지면서 자체 핵우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데이비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영국 정부는 자국 핵전력이 충분히 독립적이라면서 영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의 독립적인 핵 억지력은 매일, 매 순간 우리를 보호하며 궁극적인 국가 안전 보장"이라며 "2025 전략적 국방 검토 보고서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현대화한 핵 억지력은 계속해서 영국 국방의 초석이자 나토 및 세계 안보에 대한 우리의 헌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자체 핵미사일을 개발하려면 트라이던트 대체 계획 예산 수십억 파운드를 훌쩍 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자체 핵전력을 보유한 국가는 영국 외에 프랑스뿐이다. 프랑스의 핵전력 체계는 영국과 달리 완전히 독립적이며 자유민주당은 프랑스식 방식이 영국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핵병기를 증강하고 핵 공격이 가능한 전투기를 동맹국에 임시 배치하는 방안을 최근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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