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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우선, 환경은 뒷전"…기후부 노조 풍자화 공모전 '눈길'

연합뉴스입력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사 로비에 전시된 기후부 노조 풍자화 공모전 입선작. [촬영 이재영.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작년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서 크게 두 가지 걱정이 나왔다. 에너지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갈 수 있다는 우려와 에너지가 우선되면서 이른바 전통적인 환경 정책은 뒷순위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였다.

1일로 기후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됐지만 환경 정책이 뒷전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기후부 노동조합은 최근 인공지능(AI)의 그림 생성 기능을 활용한 풍자화 공모전을 열었다.

주제는 '2025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순간'과 '2026년 기후부가 나아가야 할 모습'이었다.

수상작은 지난달 27일까지 기후부 청사 로비에 전시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환경 정책은 뒷전이라는 우려를 담은 작품이 11점의 수상작 가운데 2점이나 포함된 점이다.

'병오년에도'라는 제목의 입선작에는 '탈탄소'라고 이름 붙여진 신전 아래 적토마에 타서 번갯불을 내는 채찍을 휘두르는 장군의 모습이 담겼다. 적토마의 말발굽 밑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의 사람들이 쓰러져있고 말의 주변으로는 동물들이 놀라 달아나고 있다.

이 작품을 낸 기후부 직원은 "인류를 위해 가야 할 탈탄소 사회, 그를 위해 달려온 그리고 달려갈 길에 놓인 존재들의 아픔과 고통은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그림 생성에 사용한 프롬프트(지시문)에서 "요즘 기후부는 앞만 보고 달리는 적토마 같다"면서 "거침없는 말발굽에 직원들은 짓밟히고 있고, 에너지 정책에 편중돼 대기·자연·폐기물·안전 문제는 소외되고 있다고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무대 뒤에서'라는 제목의 입선작도 환경 정책은 뒷전이라는 우려를 표현했다.

이 작품은 번개 창을 쥔 제우스가 지친 모습의 프랑켄슈타인을 끌고 무대 위로 위풍당당하게 나서는 가운데 그 뒤에서는 신데렐라가 동식물들 사이에서 애처로운 모습으로 바닥을 닦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무대 뒤에서 작품을 낸 직원은 "기후부 출범 후 에너지 정책에 치중하는 모습과 기존 환경부 (직원들의) 상실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 대상작은 '재난 관리 동호회 모집'이라는 풍자화로 호우주의보가 발령돼 비상 대기를 할 때 청사에서 일정 거리 내를 벗어날 수 없는 등 제약이 있는데 보상은 없는 점, 새벽에 비상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출근하게 돼도 교통비는 지급되지 않는 점 등을 꼬집었다.

은준기 기후부 노조위원장은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이자 한편으로는 노동자이기도 한 직원들이 일하며 겪은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AI라는 신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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