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특집] 임진왜란이후 한민족 1천만명 가까이 희생…이젠 전쟁 없을까

[※ 편집자 주= 이번 특집 기사는 107주년 삼일절을 맞아 한국의 국방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삶] 인터뷰 참가자들의 발언 내용을 별도로 묶은 것입니다. 2022년 9월부터 진행된 [삶]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은 한국의 국방, 안보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일본을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삼일운동 정신이 실현되지 않는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서 일본의 국력을 월등히 뛰어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삼일운동 당시 희생된 선조들이 하늘나라에서 안심한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은 끊임없이 외세로부터 침략당했다.
임진왜란부터 지금까지 1천만명에 가까운 한민족이 전란 등으로 사망하거나 적국에 포로로 끌려갔다.
그 근본 책임은 정치인들과 군 수뇌부에 있었다.
정치인들은 권력 놀이, 파벌 싸움에 몰두하느라 국방에 신경 쓰지 않았다. 군 지도자들은 훈련도 실시하지 않고, 진급에만 몰두했다.

임진왜란도 그렇게 시작됐다.
1392년 조선 건국 이후 200년간 평화가 유지되자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했고, 조정의 정치인들은 권력을 위한 파벌 싸움에 집중했다.
양반은 공부한다는 이유로 군대에 가지도 않았다. 농민들도 '돈(현물)을 내고 군대를 면제받는 일이 흔했다. 조선의 정치인들이 방군수포(放軍收布) 제도를 만들어 돈벌이에 나섰기에 생긴 일이었다.
병사가 된 사람들도 훈련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는 병사들 책임이 아니었다. 전 세계 어떤 나라의 병사들도 훈련을 시켜달라고 조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병사들을 훈련하고 군인정신을 끌어올리는 것은 군 지도자들의 책무인데, 조선군 수뇌부는 훈련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훈련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농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삽과 지게를 내려놓고는 칼과 활을 들고 전쟁터에 나왔다.
일본군 병사들은 100년간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실전 경험을 쌓은 유능한 군인들이었다. 신식 무기인 조총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다.
당연히 조선의 병사들은 일본군을 당해낼 수 없었다. 조선 병사들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백성들은 굶어 죽고 병들어 죽었다.
1592년부터 6년 7개월간 벌어진 이 전쟁에서 조선군과 민간인 150만명 안팎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 전체인구가 1천만명가량이었으니 10∼20%가량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임진왜란이 종료된 지 불과 29년 후에 또다시 외세의 침략을 당했다는 점이다.
1627년 정묘호란, 1636년 병자호란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북쪽의 만주족이 침공해왔다.
조선은 인조반정 이후 문신을 군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하는 등 여전히 안일했다.
이괄의 난으로 인해 조선의 정예 부대가 무너진 것도 국방력 약화의 요인이었는데, 이 반란 역시 조정의 권력다툼에 그 원인이 있었다.
그 결과 50만명가량의 조선 백성이 청나라에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많은 돈(속환비)을 줘야 풀려 나올 수 있는데, 그 돈이 없어서 몰래 도망치다 잡힌 사람은 발뒤꿈치가 잘려 나가는 처벌을 받았다.
천신만고 끝에 압록강 변에 도달하고는 그 강을 건너지 못해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조선에 돌아오는 데 성공한 여성 포로들에게는 또 다른 '죽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은 정조를 잃은 '환향녀'라면서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 많은 조선 여성이 고국 땅에 어렵게 와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조선 정치인들의 무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여전히 배우지 못하고 부국강병에 노력하지 않았다. 사색당파로 편을 갈라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더니 구한말을 거쳐 1910년에는 통째로 나라를 일본에 넘겼다.
정치인들이 이러하니 전국의 백성들이 봉기해서 일본에 저항했는데, 3.1운동이 그 대표적인 싸움이었다. 7천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6천명가량이 다쳤으며, 4만7천명 정도가 체포됐다고 한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해방이 됐지만 자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어서 남한-북한으로 분단이 됐다
이는 1950년 6.25 전쟁으로 이어졌다. 남한 쪽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등 150만명 안팎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쪽에서도 150만명 안팎이 사망해서 남북한 모두 300만명 안팎의 사람들이 희생됐다.
한민족에게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북한 동포 300만명가량이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때 기아로 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또한 남북한이 분단돼서 생긴 참사였다.
이렇게 임진왜란부터 지금까지의 비극은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무사안일, 국방에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 나라를 지키는 것보다는 진급에만 관심이 있는 무능한 군 지도자들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희생되는 사람은 정치인이나 군 지도자들이 아니었다. 주로 평범한 병사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1953년 6.25 전쟁의 휴전 이후 70여년이 흐르고 나니 한국에는 또다시 무사안일이 자리 잡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자기들도 잿더미로 변하니 그럴 리가 없다고 한다. 북한이 동족인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우방인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니 한국 군대는 훈련을 제대로 안 하게 된다.
무전기 대신에 카톡을 사용하고, 적어도 2주는 필요하다는 야전 훈련을 대충 해서 5일 안에 끝내고, 산불이 날까 봐 포격 훈련도 잘 안 한다고 한다.
예비군에게 지급할 총이 부족해서 전쟁이 나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총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세계 역사가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 있다.
스스로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없는 국가와 민족은 무시당하고 침략당한다는 점이다. 외교와 동맹을 통해 전쟁을 막는 것도 부국강병의 토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한국이 위치한 동북아에는 세계적인 군사 최강국들이 포진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핵무기를 가진 군사 강국이다. 일본은 몇 개월 만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핵무기 6천∼7천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거의 유일하게 핵무장이 불가능한 나라가 한국이다.
아래 내용은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삶] 인터뷰 참가자들이 그동안 국방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별도로 발췌해 묶은 것이다.

◇ 전인범 전(前) 특전 사령관
-- 한국군이 훈련을 잘 안 한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훈련을 안 한다기보다는 제한 사항이 많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훈련하다 사고가 나면 지휘관들이 문책당하고, 진급에 문제가 생기니 훈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 한국 육군은 '싸우는 조직이 아니라 총을 든 행정조직'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같은 맥락인가.
▲ 우리나라는 윗선(국방부)에서 부대별 사고 통계를 낸다. 그 통계가 군에서 공유된다. 열심히 훈련하되 사고를 줄이라는 취지이지만, 아예 훈련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문제다.
-- 훈련을 기피하는 이런 문화가 생긴 것은 언제부터인가.
▲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것 같다. 이후 조금씩 악화된 듯하다. 미군에서도 사고가 자주 난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사단장, 군단장까지 문책하는 일은 없다.

-- 군 훈련은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보나.
▲ 훈련을 제대로 한번 하려면 야외에서 2∼4주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물과 전기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전투할지, 춥고 더운 계절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배울 수 있다. 그런데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실제로는 훈련기간이 5일을 넘기지 않는 듯하다. 이 중에서도 첫날은 내무반에서 자고, 이틀째와 사흘째는 밖에 있고, 4일째는 내무반으로 돌아와서 강평하는 식이 되기도 한다. 이러니 제대로 된 훈련이 안 된다.
-- 사격훈련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산불이 날까 봐 비 오는 날만 포격 훈련을 한다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사격훈련을 하면 번거롭기는 하다. 앰뷸런스도 사격장에 가서 대기해야 한다. 대대장(중령)은 매번 사격장에 가야 한다. 1개 소대가 사격훈련을 해도 대대장(중령)이 가야 하고, 1개 중대가 사격훈련을 해도 대대장이 가야 한다. 이러니 대대장이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사격훈련을 꺼리는 지휘관이 생기는 이유다.
-- 수류탄 투척 훈련은 어떻게 하나.
▲ 제대로 안 한다. 예를 들어 대대 인원 400명이 있다면 수류탄 400발을 받아야 한다. 1명당 1번씩은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30발밖에 못 받는다. 이러니 시범 식 교육으로 끝내든가, 희망자만 던지도록 한다,

-- 부대의 작전 훈련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훈련은 공포탄 등을 쏘아가면서 현실감 있게 해야 한다. '입빵빵'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한국군이 전술 훈련할 때 입으로 "빵빵빵" 소리를 낸다는 이야기다.
-- 군대에 무전기도 충분히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예산 문제 때문인 듯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소대장이 중대장한테 보고할 때 카톡을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 군인들이 카톡을 사용하면 군사비밀이 유출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전쟁 시 군 통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적군이 먼저 공격하는 대상 중 하나가 통신 중개소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카톡으로 전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전투할 때는 상황에 따라서는 무전기로 비행기를 불러서 특정 지점에 폭탄을 떨어트리도록 해야 하는데, 카톡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 현재 작전 훈련 때 무전기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
▲ 다른 부대에 가서 빌려오는 경우가 있다. 발전기도 마찬가지다. 무전기 충전을 하려면 발전기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전 훈련을 위해 텐트를 빌려오는 일도 있다.
-- 예비군에 지급할 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예비군이 300만여명인데, 지급할 M-16 소총은 100만정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전투가 진행 중인데 3교대로 총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예비군용 탄띠와 헬멧도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북한이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건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는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이런 협박이 나올 수 없다.
--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무장을 은밀히 추진한 적이 있었는데.
▲ 당시 프랑스가 한국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지어주기로 했었다. 계약까지 했는데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미국이 막았기 때문이다.
-- 대만도 핵무장을 추진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 대만도 1970년대 은밀하게 핵무장을 추진했지만, 미국에 의해 중단됐다. 대만이 당시 핵무장에 성공했다면 현재 중국-대만 관계는 달라졌을 것이다. 중국이 지금처럼 저렇게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 본인은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 동북아에 군사 강국들이 많기에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만약에 우리가 핵무기 몇 개를 갖고 있다면 중국이 우리를 함부로 못 건드린다. 나는 공격이 아닌 방어 차원에서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핵무장에 나설 수 없으니 적어도 핵무기 잠재력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핵무기 잠재력이란 무엇인가.
▲ 우수한 원전 기술을 갖추고 이를 발전시키면 그것이 핵무기 잠재력이다.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상대방이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한다. 그 잠재력이 있는 것만으로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 나는 이런 점에서 정부와 정치인, 국민들이 원자력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지원해 주기 바란다.
-- 일본은 어떤가.
▲ 일본은 몇개월 만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나라다.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의 재처리를 통해 다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핵폭탄 6천∼7천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규모다.
--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 한국도 일본처럼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포화 상태여서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나는 이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정부가 잘 협상하기를 바란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스웨덴은 복지가 잘돼 있긴 하지만 러시아를 포함한 군사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국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200년 동안 중립국이었고, 강력한 국방력을 갖고 있었다. 인구 1천만명밖에 안 되는 나라가 군함, 전투기, 잠수함, 탱크의 제작에 뛰어났다. 무전기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1989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계기로 자주국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은 완전히 끝났고, 평화가 왔다고 오판한 것이다. 스웨덴은 항공대대, 포병대대, 미사일 부대를 해체했다. 야전병원 장비와 시설, 인적 자원도 정리했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보면서 재무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 스웨덴은 재무장에 들어갔나.
▲ 그것이 쉽지 않다. 국방 시스템을 해체하는 데 1∼1년6개월이 걸렸다면 다시 무장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게다가 스웨덴은 초음속비행기와 미사일 등의 기술 개발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나토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 스웨덴이 나토에 들어가면 안전한가.
▲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나토가 무조건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도 계속 자주국방의 노력을 해야 한다.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주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 북한은 핵 잠수함도 갖는다고 한다. 우리도 자체 핵무기를 가질 것을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미국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에는 우리 스스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그건 자체 능력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6개월 만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이론일 뿐이다. 실제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완성하는데 적어도 3∼4년은 걸린다고 한다.
-- 우리 국민들도 전쟁에 대비해야 하나.
▲ 우리 국민도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민방위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한다. 전쟁이 났을 때, 핵전쟁이 발생했을 때 생존에 필요한 파우치(생존배낭)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스웨덴도 생존 파우치 만들기 국민 계도(啓導)를 얼마 전까지 진행했다. 이 나라 국민은 핵전쟁이 일어났을 때 대피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도 이런 훈련을 한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본인은 언제부터 남한의 핵무장에 관심을 가졌나.
▲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부터다. 수소폭탄 실험이었다. 수소폭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 무력이 남한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뜻이다. 한국은 자체 핵무장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나는 판단했다. 핵 균형을 이뤄야 한반도에 평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면 핵 균형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이 즉각 핵무기로 보복한다면 핵 균형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하겠다" 정도로만 밝혔다. 핵무기로 보복하겠다고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고 있다.
-- 미국이 왜 핵 보복을 못 한다는 것인가.
▲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서 뉴욕이나 워싱턴, LA를 향해 쏘겠다고 협박하면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기 어렵다. 1960년대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자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소련의 핵 공격으로부터 프랑스를 지켜줄 것인데 꼭 핵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드골은 "파리의 시민을 구하기 위해 뉴욕의 시민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케네디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각국의 군사력을 측정하는 비정부 기구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북한 재래식 무기 군사력은 세계 36위로, 작년의 34위보다 2단계 낮아졌다. 한국은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1위는 미국이고 러시아, 중국, 인도가 2∼4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6위, 일본과 프랑스는 공동 11위, 독일은 19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핵무기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강국으로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이 있고 그다음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있다. 재래식과 핵무기를 합한 군사력으로는 북한이 세계에서 8∼9위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 북한의 종합군사력은 남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남한의 100배, 1000배 이상이라고 본다. 남한의 재래식 무기는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는 무기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핵탄두 2개를 맞고는 곧바로 항복하지 않았는가.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은 1천기 정도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핵무기 1기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비교 불가다.
--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 현재 북한이 90∼100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러시아가 5천800여기, 미국 5천200여기, 중국 400여기, 프랑스 290여기, 영국 220여기, 파키스탄 170여기, 인도 160여기, 이스라엘 90여기다. 북한은 2030년까지 200∼3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영국, 프랑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핵탄두 300∼500기를 목표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 본토와 일본, 한국에 동시 발사하려면 그 정도의 핵탄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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