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 받고 현관문에 오물 뿌리고 도주…'보복 대행' 테러 잇달아(종합)

(화성·군포=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금전을 받는 대가로 '보복 대행'에 나서 남의 집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고 래커칠을 하는 등의 테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재물손괴, 주거침입, 명예훼손 혐의로 20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8시 30분께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15층 세대 현관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흩뿌리고 빨간색 래커 페인트로 낙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허위 사실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 40여장을 주변에 뿌리고, 계단참에 인분을 남긴 채 도주한 혐의도 받는다.
범행에는 10여분이 소요됐으며, 공범은 없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전날 오후 7시 38분께 구리시에 위치한 A씨 자택에서 그를 긴급 체포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A씨는 텔레그램 광고를 통해 '보복 대행' 일을 알게 돼 돈을 벌고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상선의 지시를 받고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보복 대행을 했다"며 "상선의 신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의 대가로 8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건 피해자는 "(보복을 의뢰한 것으로) 의심 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보복 대행으로 불리는 이런 사건은 동탄뿐만 아니라 군포에서도 발생했다.
군포경찰서는 이날 재물손괴, 주거침입, 협박 혐의로 20대 B씨를 구속했다.
B씨는 지난 24일 오후 11시 30분께 군포시 한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현관문에 빨간색 래커로 낙서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유인물 10여장을 부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튿날인 25일 오후 4시께 서울시의 자택에 있던 B씨를 긴급 체포했다.
B씨 또한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불상의 사람(상선)으로부터 보복 대행을 하는 대가로 6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B씨의 경우 실제로 가상화폐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상선으로부터 범행 도구인 래커와 장갑 등의 구매처를 지정받았으며, '현금으로 사야 한다'는 지시까지 받아 그대로 이행했다"며 "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 피해자 역시 "누군가에게 원한을 진 일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신변의 위협 등 불안감을 느껴 경찰이 제공한 임시숙소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날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죄질이 불량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상선이 검거되지도 않았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이들 두 사건의 상선이 동일범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해나갈 방침이다.
텔레그램에는 원한을 진 사람에게 사적제재를 대신해 준다는 내용의 광고를 해 놓은 채널이 버젓이 운영 중이다.
채널 운영자는 상대방의 인적 사항과 원한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내면, 그에 따라 비용을 정해 일 처리를 해주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적제재 방법으로 계좌 동결을 통한 금융 활동 차단, 허위사실 유포 등을 통한 이미지 훼손, 사고를 위장한 신체 손상, 범죄 누명 씌우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원한을 해결해준다는 사적제재 채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피의자 진술만 있어서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을 봐야 사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도 텔레그램에서 상선의 지시를 받고 보복 대행을 하던 이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비슷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s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