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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헬리코박터균 감염 한국인, 위암 위험 6.4배 높았다"

연합뉴스입력
국가검진 686만명 분석 "전암 병변 감시만으론 부족…감염 땐 적극 제균해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위암은 한국인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줄곧 국내 암 발생 순위 1위를 기록하다가 2022년 이후 갑상선암·대장암·폐암·유방암에 이어 5위로 내려왔다.

하지만 위험이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규 위암 환자는 연간 2만9천명에 달했고,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발생률도 20명대 후반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특히 남성 발생률은 여성보다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전체 환자 수가 줄어든 것도 실제 발생 감소라기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내시경 검사를 늦추면서 진단이 지연된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의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 pylori) 감염을 지목한다.

헬리코박터균은 강력한 위산이 분비되는 사람의 위(胃) 점막 상피에 기생하는 유일한 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이 균은 주로 구강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국내 16세 이상 유병률은 44%다.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BMC 캔서'(BMC cancer)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한국인에게 위암 발생 위험을 6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8년 국가암검진을 받은 40∼74세 성인 686만3천103명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위암 발생의 인과 경로를 추정했다.

이 결과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비감염자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6.40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 등 전암 병변 발생 위험은 1.41배, 위 선종 발생 위험은 5.81배였다.

선종은 위 점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암 전 단계의 혹'으로, 당장은 양성이지만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병변이다.

연구팀이 위암 발생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대표적 모델은 '코레아 경로'(Correa pathway)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만성 위염을 거쳐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선종, 위암으로 이어진다는 단계적 이론이다.

특히 연구진은 선종의 역할에 주목했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으로 이어지는 영향 가운데 36%가 선종을 통해 나타났고,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선종이 44%를 설명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는 위암 발생 과정에서 선종이 사실상 '가속 구간'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전통적인 전암 병변으로 여겨져 온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헬리코박터와 위암 사이에서 차지하는 매개 효과는 3%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헬리코박터균이 전통적 병변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유전자(DNA) 손상 등을 통해 직접 암 발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내시경 판독의 한계로 전암 병변이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위암의 중간 병변이 없더라도 헬리코박터균 자체만으로 상당수의 위암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위 선종이나 장상피화생의 조기 발견과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위암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헬리코박터균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위암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일정 기간 함께 복용하는 제균 치료다.

실제로 위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조기 위암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새로운 위암 발생을 줄인다는 근거는 이미 국내외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부분이다.

또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만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권장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라면 더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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