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제도화에도 미미한 산분장률…"시설 확보도 전에 제도화"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지난달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공식 집계된 전국 산분장 시행 건수가 900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제도가 안착하려면 충분한 시설을 확보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산분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뼛가루)을 특정 장소에 뿌려서 장사지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산분장 관련법 시행 후 국가 통계를 수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시신·유골 화장 신고서에 산분장 등 장사 방법 기재란을 신설하고, 이를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월 산분장 사전 신고 건수는 888건에 그쳤다. 유형별로 보면 사설 시설 내 산분이 762건, 공설 시설 산분이 20건, 해양 산분이 106건이었다.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른 최근 월평균 화장자는 3만명가량으로 3% 남짓에 불과한 비율이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로 암암리에 시행됐던 산분장은 봉안당 부족 문제 등으로 정부가 2024년 정식으로 관련 규정을 마련하며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국민 정서나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로 성급하게 이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태호 장례와화장문화 연구포럼 대표는 "유족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산분 시설이 확보되기도 전에 제도가 시행됐다"며 "조성·사용·관리 측면을 면밀히 검토한 시설을 전국에 충분히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산분장이 가능한 곳은 허가를 받은 시설 또는 장소가 마련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뿐이다.
정부는 국비로 사업비의 70%를 지원해 지자체의 공설 산분장지 조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참여 지자체는 서울·청주·무주 등 3곳뿐이다.
이와 별개로 홍천군 등이 기존 자연장지에 산분장지를 일부 포함해 운영 중이지만, 아직 그 수와 인지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의견이다.
박 대표는 "규제는 생겼는데 시설이 부족하니 산분을 선택할 경우 지방에서는 고인을 연고지에 모시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뿌린 곳이 장기적으로 보존과 관리가 가능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해양장도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몇몇 외국 사례처럼 지자체 제한 구역을 빼고 산분장을 폭넓게 허용해주든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공설 산분장지를 다양한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분장 방법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장사법 시행령은 산분 시 골분을 뿌리고 잔디를 덮거나, 골분을 깨끗한 흙과 함께 섞어 뿌린 후 지면에 흡수되도록 충분한 물을 뿌리게 돼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지면을 파서 유골을 묻고 잔디를 덮던 기존의 자연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데다가, 유골 축적에 따른 영향이나 포화로 인해 뼛가루가 드러나는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행법은 고인을 모신 장소를 방문해 추모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분장은 유해가 있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고인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에서 행하는 것인데, 기일이나 명절에 고인을 묻은 장소를 찾아 추모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례문화"라며 "도입 의미를 살리면서 추모를 할 수 있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fa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