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한 우물 결실…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양산 길 열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다이오드(PeLED)를 대량 생산하는 합성 신기술이 개발됐다.
PeLED 한 우물을 10년 판 연구성과가 빛을 보며 국내에서도 디스플레이 기술 초격차를 소재부터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을 발광효율 100%를 유지하면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법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대 김성진 박사와 김선아 석박사통합과정생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날 발표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를 뛰어넘는 발광 성능을 가져 초고해상도 TV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합성법은 150도 이상 고온 용액에 소재를 주입하는 '핫 인젝션' 기술이 주로 쓰였는데, 높은 온도와 급격한 온도 강하로 인한 화재와 폭발 위험이 있었고 산소와 수분을 차단하기 위한 특수 설비도 필수적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온 합성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균일하고 고품질의 나노결정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해 왔다.

연구팀은 0도 수준 낮은 온도로 냉각한 리간드 용액에 페로브스카이트 전구체 용액을 주입해 '유사 유화'(pseudo-emulsion) 상태를 만든 후 합성하는 '콜드 인젝션'(저온 주입) 기술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결정 합성 속도를 제어해 결함이 생기는 걸 막아 100% 발광 효율을 가진 고품질 나노 결정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로, 20L 이상 대량 생산에서도 발광효율이 저하되지 않았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이태우 교수팀이 지난 10여년간 PeLED 등 LED 분야를 개척하고 선도하며 쌓아 온 연구가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교수는 태양전지 재료 특성상 상온에서 발광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나노구조 기술을 제시해 고효율 PeLED를 처음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2014년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재 관련 원천 특허 9건을 확보한 이후 이론 한계에 근접한 28.9% 효율을 만들어내고, 이번에 대량 생산 가능성까지 증명했다.
지난달 16일에는 페로브스카이트 안정성을 높인 계층형 셸 구조를 사이언스에, 기계적 변형에도 발광 손실이 없는 OLED를 네이처에 각각 발표한 데 이어 이번 논문 게재로 한 달여 만에 세계 최고 수준 학술지에 세 차례나 논문을 낸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 교수는 13일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페로브스카이트는 다른 재료들이 확보할 수 없는 초고화질(UHD) 기준인 'Rec.2020'을 100% 만족할 수 있어 차별성이 존재한다"며 값비싼 희귀 금속을 쓰지 않고 카드뮴 이용에 따른 환경규제도 피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스엔디스플레이를 창업해 개발한 나노결정 기반 색 변환 필름으로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 혁신상을 받는 등 성과를 인정받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1년 내, AR·VR은 3~5년 내 구현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글로벌 기업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공동과제를 하고 있고, 다른 빅테크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OLED나 QLED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여유가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최근에는 국내 전자 기업과 샘플을 주고받으며 상용화를 논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OLED와 QLED는 중국과 점점 기술 격차가 줄어들어 위협을 받고 있는데, 페로브스카이트는 국내 디스플레이 역사에서 최초로 원천재료를 확보한 사례"라며 "초격차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쟁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고 원천 지적재산(IP) 기반 핵심 소재 국산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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