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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밀린 채 환급금만 챙기기 끝나나…강제 공제 추진

연합뉴스입력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체납액 '상계'…동의 없어도 가능해질 듯 건보공단, 올해 하반기 법 개정 맞춰 전산 개발 등 업무 체계 구축 박차
소득월액 건강보험료 (PG)[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건강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내지 않거나 장기간 미납한 사람들이 앞으로는 병원비를 돌려받을 때 밀린 보험료부터 먼저 정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당국이 건보료 고액·장기 체납자가 받을 환급금에서 체납액을 강제로 차감하는 제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6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과 고액·장기 체납자의 체납액을 직접 상계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는 건강보험 제도의 형평성을 높이고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1년 동안 병원비로 지불한 금액이 개인별 상한액을 넘으면, 그 초과분만큼을 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제도다. 아픈 국민을 위한 든든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건강보험료를 상습적으로 내지 않는 이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고액·장기 체납자라 할지라도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환급금에서 밀린 보험료를 뺄 수 있었다. 민법 제497조에 따라 압류가 금지된 채권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상계(빌린 돈과 받을 돈을 서로 상쇄하는 것)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험료는 내지 않으면서 국가가 주는 환급금은 그대로 챙겨가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에 제3항을 신설해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에게 미납된 보험료가 있을 경우 이를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앞으로는 본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환급금에서 체납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500만원의 의료비 환급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300만원의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다면 예전에는 본인이 거부하면 500만원을 다 받아 갈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300만원을 뺀 200만원만 받게 되는 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법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 하반기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단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혼선이 없도록 구체적인 공제 기준을 담은 내부 업무 지침을 정비하고 있다. 또한, 환급금 지급 과정에서 체납액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차감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 개발 등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 구축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다수 국민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혜택은 누리면서 의무는 저버리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고액·장기 체납자들이 사회적 안전망인 건강보험 제도를 이용해 이득만 취하는 행태를 바로잡음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 관계자는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법 개정 시기에 맞춰 국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 등 제반 사항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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