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말의 해, '말의 고장' 제주에서 가볼 만한 곳은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 설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았다면 말과 관련된 다양한 명소를 찾아 말의 힘찬 기운을 받거나 제주 말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
제주에서 '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는 '제주마 방목지'가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변에 위치한 제주마 방목지는 천연기념물 제주마가 방목 관리되는 보호구역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 일대에 말이 방목돼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제주의 절경 10가지를 일컫는 '영주십경' 중 하나인 '고수목마'(古藪牧馬)를 연출한다.
2024년부터는 매년 4월 제주마 방목지를 무대로 제주마 입목 문화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입목'(入牧)은 겨울 동안 마사에서 보호하던 말을 봄이 되면 넓은 방목지로 옮기는 제주 고유의 전통 의식을 말한다.
아쉽게도 겨울에는 말을 볼 수 없다.
추위·폭설 피해 최소화와 안정적인 동절기 관리를 위해 말들을 11월께 축산생명연구원으로 옮겨 4월 중순께까지 관리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도 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역이다.
가시리는 한라산과 오름들이 뿜어낸 용암이 바다로 흐르다가 화산 평탄면이 된 중산간 지역이다. 이곳 넓은 초원에서는 과거부터 목축문화가 발달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등급을 가진 말을 '갑마'(甲馬)라고 불렀는데, 1794년 가시리 일대에 이런 말을 키우는 목장인 '갑마장'이 설치돼 100여년 간 유지됐다.
갑마장의 역사가 남아있는 이곳 가시리에는 조랑말체험공원이 조성돼있다.
공원 내 조랑말박물관에는 말테우리의 삶이 녹은 말굽·채·도롱이 등 유물과 문화예술작품 등이 전시돼 있어 제주의 목축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승마나 말 먹이 주기 등을 체험할 수 있어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조랑말체험공원 일대에는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억새 물결이 펼쳐져 계절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가시리에는 마을과 목장길을 두루 연결하는 20㎞ 길이의 트레킹 코스인 '갑마장길'도 있다.
갑마장길이 너무 길어 부담스럽다면 조랑말체험공원∼가시천∼따라비오름∼잣성∼국궁장∼큰사슴이오름∼유채꽃프라자∼조랑말체험공원에 이르는 10㎞ 길이의 '쫄븐갑마장길'도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는 '헌마공신' 김만일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의귀리 출신인 김만일은 선조 27년, 선조 33년, 광해군 12년, 인조 5년 등에 모두 1천300마리가 넘는 말을 조정에 바쳤다.
기념관에는 김만일의 일생과 업적에 대한 유물과 자료, 김만일의 후손들 이야기, 말 관련 유물 등이 두루 전시돼있어서 제주마의 역사와 목축문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렛츠런파크 제주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경마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어린이 놀이시설과 말 테마 파크골프장, 포니 승마장 등도 있어서 가족 동반 방문객도 많이 찾는다.
이곳에는 한국전쟁 당시 큰 공을 세운 제주마(馬) 혈통의 후손 레클리스를 기리는 동상과 기념관도 있다. 레클리스는 많은 양의 포탄을 나르는 등 물자 공급을 주로 맡아 크게 활약했으며, 이런 공을 인정받아 1957년 군마 최초로 미 해병대 하사 계급장을 받았다.
제주시 일도이동 고마로(古馬路)도 말과 관련이 깊다.
고마로라는 명칭은 조선시대에 나라에 바칠 말을 방목하던 '고마장'(古馬場)이 있던 곳이라서 붙여졌다.
고마로에는 말 모양 조형물이 세워져 있으며, 이 일대에서는 매년 말 문화 축제도 열린다.

이호테우해변 인근의 조랑말 모양 등대는 이미 널리 알려진 데다가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워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말 모양의 빨간색·하얀색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일대는 일몰 명소로도 유명해서 해질녘 찾아가면 노을 진 하늘을 배경으로 말 등대가 서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또 제주의 올레길을 걷다 보면 파란색·주황색 화살표, 리본과 함께 제주 조랑말 모양 이정표 '간세'를 만날 수 있다.
간세는 '게으름', '느릿함'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제주올레 여행을 소개할 때 붙는 수식어인 '놀멍 쉬멍 꼬닥꼬닥'(놀며 쉬며 천천히)과도 맞닿아 있다.
각 코스의 스탬프 박스도 간세 모양으로 설치돼있으며, 제주 조랑말 모양의 간세인형은 대표적인 제주올레 기념품이기도 하다.
말 관련 전시도 진행된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는 '말(馬)로 전해 듣는 제주' 테마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마의 역사, 제주 말총공예, 말로 나라를 구한 영웅들, 말테우리 등 제주의 말 문화를 조명하는 다양한 자료를 선보인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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