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이돌 포카·두쫀쿠까지 동원…혈액보유량 얼마나 부족하길래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저출생·고령화로 헌혈 참여 인원은 줄고 반대로 수혈해야 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가운데 혈액 부족이 만성화하고 있다.
특히 방학에 한파, 독감 유행까지 겹치면서 헌혈이 크게 줄어 올해 들어 혈액 보유량이 계속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포토카드(포카)와 한창 인기몰이 중인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까지 제공하며 헌혈 독려에 나서고 있다.
전반적인 헌혈 현황과 동절기 혈액 수급 상황, 헌혈 유도를 위한 노력 등을 살펴봤다.

◇ 혈액 부족 만성화…2025년 적정단계 일수는 248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매일 혈액 보유 현황을 공개한다.
혈액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이 '적정' 수준이다. 3∼5일분 미만일 경우 혈액수급 위기단계가 '관심'으로,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으로 분류된다.
혈액보유량이 적정 단계인 날은 2023년에 242일, 2024년 304일에서 지난해에는 248일을 기록했다. 연중 ⅓은 혈액 보유량이 '적정' 미만이라는 의미다.
새해 들어 22일까지 혈액보유량은 매일 '관심' 단계에 머물고 있다.
동절기는 통상적으로 혈액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한다.
우선 한파와 독감이 유행하면서 헌혈자가 줄어들고 설 연휴 기간에는 헌혈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교 방학으로 단체헌혈자도 감소한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보유량이 더 줄었다.
지난해 1월1일 혈액보유량은 9.5일분이었지만 올해 1월1일은 4.6일분에 불과했다.
또 매년 설 연휴가 낀 달은 헌혈이 감소한다. 설 연휴가 있었던 2024년 2월(21만9천건)과 2025년 1월(20만5천건)은 모두 헌혈 실적이 그해 중 가장 저조했다.
올해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된다면 2월에도 역시 혈액 부족이 예상된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보통 전년도에 혈액 재고를 확보해 동절기에 대비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헌혈 실적이 감소했고, 당시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의료기관의 혈액 수요가 증가해 새해 들어 관심 단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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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단계 │구분 │2023년 │2024년 │202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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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5일분 이상) │일수 │ 242│ 304│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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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율 │ 66.3%│ 83.1%│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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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5∼3일분) │일수 │ 123│ 62│ 117│
│ ├───────┼────┼────┼────┤
│ │점유율 │ 33.7%│ 16.9%│ 32.1%│
├──────────────┼───────┼────┼────┼────┤
│주의(3∼2일분) │일수 │ 0│ 0│ 0│
│ ├───────┼────┼────┼────┤
│ │점유율 │ 0.0%│ 0.0%│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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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국민 헌혈률 10년 새 4.4→3.3%…입시 반영 안 되자 10대 헌혈 감소
동절기가 아니더라도 헌혈률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혈액관리본부의 '혈액사업 통계연보'를 보면 연간 헌혈 건수는 2014년 305만3천건에서 2024년 285만5천여건으로 6.5%(19만7천여건) 줄었다.
연간 헌혈 건수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261만건)과 2021년(260만건) 급감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24년에는 286만건까지 늘었다.
그러나 헌혈에 한 차례 이상 참여한 '실인원'은 2014년 169만6천여명에서 2024년 126만5천여명으로 25.4%(43만1천여명) 줄었다.
2024년 헌혈 실인원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0년(128만2천명), 2021년(127만2천여명), 2022년(132만8천여명)보다도 적다.
헌혈 실인원이 줄어도 연간 헌혈 건수가 최근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1년에 두 차례 이상 헌혈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헌혈이 가능한 나이는 16세부터 69세까지다. 전체 헌혈 가능 인구 대비 헌혈 실인원 수(중복 제외)를 뜻하는 '실제 국민 헌혈률'은 2014년 4.43%에서 2024년 3.27%로 줄었다.

헌혈이 줄어든 데는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저출생·고령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혈액관리본부는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며 중장기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인구는 증가하고 헌혈가능인구는 감소 추세에 있다"며 "특히 10∼20대 인구 감소는 생애 첫 헌혈자 감소로 이어져 헌혈 실인원이 감소하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헌혈과 같은 개인 봉사활동 실적이 대학입시에 반영되지 않도록 제도가 바뀐 것도 헌혈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 헌혈 등 개인 봉사활동 실적을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다만, 학교 차원의 단체 헌혈은 봉사 활동으로 인정된다.
2024년 10대(16∼19세) 헌혈자는 55만1천명(연인원 가운데 비중 19.3%)으로, 2014년 107만4천명(35.2%) 대비 반토막 났다.
2024년 전체 헌혈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72.1%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5.5%로 가장 많고 이어 16∼19세, 40대(16.9%), 30대(15.9%)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34.3%, 대학생 24.4%, 군인 11.7%, 고등학생 11.0%였다.

◇ 헌혈 독려 안간힘…엔하이픈·두쫀쿠 이벤트도
헌혈이 줄어들자 적십자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헌혈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25일까지는 인기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과 손잡고 헌혈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헌혈의집 강남역센터와 신촌센터, 성수센터에서 해당 기간에 전혈(혈액의 모든 성분 채혈)·혈소판 헌혈을 하면 엔하이픈 미공개 포카 세트와 '블러드 바이트' 초콜릿을 준다.
지정 장소가 아닌 곳에서 헌혈한 사람을 대상으로 1천명을 추첨해 포카 세트를 주는 온라인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 중이다.
적십자사는 "엔하이픈은 '뱀파이어 세계관'으로 앨범 스토리텔링을 이어오고 있다"며 "팬들이 엔하이픈의 세계관을 따라 헌혈에 참여하면 보다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으로 보고 엔하이픈의 신규 앨범 발매 시점이자 혈액 수급이 어려운 1월에 캠페인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헌혈의집 강남역센터와 신촌센터, 성수센터는 엔하이픈 협업 행사 첫날에 센터가 문을 연 이후 최대 헌혈실적을 기록했다.
행사 시작 후 닷새간 3개 센터의 전혈·혈소판 헌혈자는 총 1천677명으로 전주 같은 요일(9∼13일) 합계 606명보다 2.8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개 센터의 생애 첫 헌혈자 수도 30명에서 588명으로 급증했다.
강남역센터의 경우 전혈·혈소판 헌혈자가 행사 시작 전날인 이달 15일에 23명이었던 것에서 행사 시작 당일인 16일에는 141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두쫀쿠'도 헌혈 홍보 물품으로 등장했다.
혈액관리본부는 지난 16일 하루 동안 서울중앙혈액원 관할 7개 헌혈센터에서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두쫀쿠를 주는 행사를 했다.
이들 센터는 두쫀쿠 315개를 준비했지만, 폭발적인 인기에 130개를 추가 구매해 증정했다.
행사 당일 7개 센터 합산 기준 전혈·혈소판 헌혈자 수는 561명으로 전주 금요일(9일) 221명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혈액관리본부는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행사를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일반적인 헌혈 기념품 중에는 문화상품권이 인기다.
혈액관리본부는 올해 헌혈 기념품으로 5천원 상당 문화상품권과 편의점교환권·커피교환권·햄버거교환권 등을 제공한다.
기념품 중에서는 영화관람권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최근 영화관람권 구매 입찰에서 예산 범위 내로 공급이 가능한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았다.
현재는 영화관람권 대신 문화상품권이 가장 인기라고 혈액관리본부는 전했다.
기념품 대신 '헌혈 기부권'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전혈·혈장·혈소판(단종) 헌혈 후 기부권을 선택하면 5천원, 혈소판혈장(다종)은 8천500원이 기부된다. 지난해에는 16억9천만원이 모금돼 취약계층 고교생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등에 지원됐다.
헌혈하면 기념품 외에도 헌혈증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헌혈한 사람이 수혈받을 경우 헌혈증서를 병원에 제출하면 수혈비용 가운데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 헌혈증서 1장당 혈액 한 단위(1 unit)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헌혈자는 다른 환자나 혈액원에 헌혈증서를 기증할 수도 있다.
혈액원에서는 기증받은 헌혈증서로 치료 중이거나 수혈받은 환자에게 통상 1인당 연도별 500장 이내로 실제 혈액 수혈량만큼 무상으로 지원한다.
기념품은 받을 수 있지만 지정헌혈(헌혈자가 특정 환자에게 자신의 혈액을 주도록 지정해 기증)하거나 헌혈증서를 기증하고 대가를 받으면 안 된다.
혈액관리법 3조는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적 급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헌혈증서 포함)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7초마다 한 단위의 혈액제제가 수혈되고 있다"며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오직 사람의 헌혈로만 얻을 수 있으니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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