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경 美일정 공유 안해"…강선우, 아이폰 비번 제공 거부(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이율립 기자 =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대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미국 내 세부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고 경찰이 12일 밝혔다.
경찰은 김 시의원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사에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협의해 예정된 귀국일을 앞당기는 등 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시의원은 정작 미국 내 동선 등은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에 등장해 '엄지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며 비난의 화살은 경찰에 쏠린 상태다.
강제수사 등이 필요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수사대상자의 '협조'를 거론하는 상황은 흔치 않다. 출국금지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31일 출국해 11일 만에 돌아올 때까지 경찰이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 신청, 지명수배 등 수사에 필요한 조처를 제때 하지 않고 시의원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시의원이 받는 혐의는 1억원의 뇌물 공여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이 넘어가면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김 시의원은 '자수서'를 통해 자신의 1억 공여 행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 자수서도 당초 혐의를 부인했다가 강 의원이 돈 전달을 시인하고, 자신의 도피성 출국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나온 것이다.
게다가 수사 시작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고 특별히 급한 용무나 일정도 없어서 도피성으로 의심되는 점, 미국에 머물며 여러 차례 텔레그램 메신저를 삭제한 정황이 보도된 점에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신병확보 요건에 다수가 해당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피의자의 '협조 의사'를 확인했다는 이유로 상황을 가볍게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시의원의 첫 조사 역시 전날 오후 11시께에서야 시작됐다. 심야인 데다 시차 때문에 김 시의원이 건강상 이상 등을 호소하며 제대로 된 문답이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한다. 경찰은 김 시의원의 두 번째 조사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도 통상의 수사 절차 진행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수사기관은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해 압수물을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불러 진술을 파악하고 핵심 피의자를 부르는 수순을 밟는다.
이번에는 김 시의원이 입국하는 날 압수수색이 이뤄져 압수물 분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조사가 얼마나 실효성 있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체류 과정에서 두 차례 텔레그램 탈퇴한 뒤 재가입한 정황이 포착된 김 시의원은 비밀번호를 해제한 상태로 수사팀에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강 의원은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신형 아이폰을 제출하면서 비밀번호 제공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강 의원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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