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9.5% 시대 개막…'자동조정장치'가 노후 안전판될까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2025년 3월 20일 수년간의 진통 끝에 국민연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연금 시대가 열렸다.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노후에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에서 올해부터 43%로 상향 조정됐다. 당장 올해 1월부터 보험료율은 9.5%로 첫발을 떼며, 향후 8년에 걸쳐 매년 0.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되는 '슬로우 스텝' 방식이 적용된다.
하지만 단순히 '더 내고 더 받는' 모수 개혁만으로는 기금 소진의 공포를 완전히 걷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성균관대 이항석 교수는 최근 '연금포럼 2025 겨울호'에 발표한 '국민연금 장기 재정의 구조적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나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AAM)' 도입이 국민연금의 구조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 일본식 '거시경제 지수화', 한국형 모델로 가장 적합
자동조정장치란 정치적 대타협이나 법 개정 없이도 기대수명, 경제성장률 등 객관적 지표에 따라 연금 시스템을 스스로 보정하는 기제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세 가지 유형을 분석했는데, 그중 일본이 채택한 '거시경제 지수화(Type 2)'가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꼽혔다.
이 방식은 일하는 사람의 수(가입자) 감소나 기대수명 증가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연금액 산정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이 교수가 '세대 중첩 모델(OLG)'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거시경제 지수화 방식은 장수 리스크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두 가지 위기 상황에서 가장 견고한 대응력을 보였다. 특히 노동력 감소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도 세금 부담을 오히려 줄이면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반면, 독일이나 캐나다처럼 수명이 길어진 만큼 더 늦게까지 일하게 하는 '법정 은퇴 연령 조정(Type 3)' 방식은 재정 안정 효과는 강력하지만, 현재 일하는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후생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 지역가입자 부담 '현실화' 숙제…사회적 합의가 성공 관건
제도가 개편되면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인상분 0.5%p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해 실질적으로 본인은 0.25%p만 더 내면 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인상분 전액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 소득 300만원인 지역가입자라면 당장 올해부터 연간 18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8년 뒤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하면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납부예외' 제도와 함께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소득이 끊긴 경우 최대 1년간 보험료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는 등 안전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조정장치는 장기적 해법이지만, 연금액 감소나 수급 시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강한 정치적 저항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대수명이 짧거나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을 가진 계층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의 새로운 여정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보완책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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