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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서울시교육청 '난청주의보'…청소년 난청 환자 4년새 40%↑

연합뉴스입력
이어폰 사용 증가…콘서트 관람·비디오게임 등 소음 노출 늘어 학습 능력 저해·자존감 저하도…'60%-60분' 규칙 지켜야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송한 '난청 주의보'[e알리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최근 청소년들의 이어폰 사용 증가로 인해 청력 손상(난청) 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최근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소식을 알리는 e알리미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청소년들의 난청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각종 통계로 실상을 확인하고 난청 문제의 대처방안을 살펴봤다.

[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4년 새 10대 청소년 난청 환자 40% 이상 늘어

10대 청소년 난청 환자 수는 최근 4년간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남녀 구분 없이 전 연령대에서 초고령층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10~19세 남자 청소년 중 난청 환자 수(심사년도 기준)는 2020년 1만1천302명에서 2021년 1만3천163명, 2022년 1만4천47명, 2023년 1만6천932명, 지난해 1만6천433명으로 4년 만에 45.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의 평균 증가율 28.3%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80세 이상(62.9%)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연령대별 난청 환자 증가율은 ▲ 20~29세 26.9% ▲ 30~39세 25.4% ▲ 40~49세 12.6% ▲ 50~59세 7.6% ▲ 60~69세 35.1% ▲ 70~79세 30.3% ▲ 80세 이상 62.9%였다. 0~9세 난청 환자는 2020년 8천34명에서 지난해 7천736명으로 줄었다.

난청은 흔히 노년층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환자 증가율만 보면 10대 남자 청소년 환자가 노년층보다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여자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10~19세 여자 난청 환자 수는 2020년 1만2천568명에서 2021년 1만6천270명, 2022년 1만6천271명, 2023년 1만9천6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다시 소폭 줄어 1만7천670명을 기록했으나 4년간 증가율은 40.6%로, 80세 이상(51.0%)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해당 기간 전체 여성 난청 환자는 26.6% 늘었다.

소음의 여러 수준[대한이비인후과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표] 2020~2024년 난청 환자의 성별·연령 10세 구간별 현황 (단위:명)
이어폰·헤드폰 사용 (PG)[최자윤 제작] 일러스트

┌──┬─────┬─────┬─────┬─────┬─────┬────┐

│성별│ 연령 │ 2020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

│ │ 소계 │ 301,879│ 340,859│ 342,819│ 371,342│ 387,188│

│남 ├─────┼─────┼─────┼─────┼─────┼────┤

│ │ 0~9세 │ 8,034│ 6,985│ 6,597│ 7,762│ 7,736│

│ ├─────┼─────┼─────┼─────┼─────┼────┤

│ │ 10~19세 │ 11,302│ 13,163│ 14,047│ 16,932│ 16,433│

│ ├─────┼─────┼─────┼─────┼─────┼────┤

│ │ 20~29세 │ 20,406│ 24,126│ 23,352│ 26,343│ 25,891│

│ ├─────┼─────┼─────┼─────┼─────┼────┤

│ │ 30~39세 │ 23,640│ 26,638│ 26,249│ 28,655│ 29,645│

│ ├─────┼─────┼─────┼─────┼─────┼────┤

│ │ 40~49세 │ 31,142│ 34,616│ 34,154│ 35,259│ 35,057│

│ ├─────┼─────┼─────┼─────┼─────┼────┤

│ │ 50~59세 │ 48,045│ 51,438│ 49,939│ 51,071│ 51,678│

│ ├─────┼─────┼─────┼─────┼─────┼────┤

│ │ 60~69세 │ 66,359│ 76,581│ 77,400│ 83,870│ 89,680│

│ ├─────┼─────┼─────┼─────┼─────┼────┤

│ │ 70~79세 │ 64,969│ 73,109│ 73,961│ 79,098│ 84,681│

│ ├─────┼─────┼─────┼─────┼─────┼────┤

│ │80세 이상 │ 30,190│ 36,577│ 39,766│ 44,935│ 49,173│

├──┼─────┼─────┼─────┼─────┼─────┼────┤

│ │ 소계 │ 344,574│ 401,383│ 396,714│ 429,026│ 436,113│

│여 ├─────┼─────┼─────┼─────┼─────┼────┤

│ │ 0~9세 │ 6,356│ 5,779│ 5,452│ 6,233│ 6,294│

│ ├─────┼─────┼─────┼─────┼─────┼────┤

│ │ 10~19세 │ 12,568│ 16,270│ 16,271│ 19,067│ 17,670│

│ ├─────┼─────┼─────┼─────┼─────┼────┤

│ │ 20~29세 │ 27,625│ 36,571│ 33,977│ 39,397│ 37,076│

│ ├─────┼─────┼─────┼─────┼─────┼────┤

│ │ 30~39세 │ 31,280│ 37,461│ 36,689│ 40,653│ 40,887│

│ ├─────┼─────┼─────┼─────┼─────┼────┤

│ │ 40~49세 │ 38,128│ 44,602│ 43,358│ 45,448│ 44,791│

│ ├─────┼─────┼─────┼─────┼─────┼────┤

│ │ 50~59세 │ 55,538│ 61,133│ 58,648│ 59,812│ 60,078│

│ ├─────┼─────┼─────┼─────┼─────┼────┤

│ │ 60~69세 │ 65,571│ 78,672│ 77,726│ 83,364│ 85,929│

│ ├─────┼─────┼─────┼─────┼─────┼────┤

│ │ 70~79세 │ 65,784│ 73,173│ 72,545│ 75,649│ 79,630│

│ ├─────┼─────┼─────┼─────┼─────┼────┤

│ │80세 이상 │ 44,075│ 50,420│ 54,849│ 62,288│ 66,559│

└──┴─────┴─────┴─────┴─────┴─────┴────┘

(자료 = 심평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보청기[연합뉴스TV 갈무리]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특발성 난청(돌발성 난청)으로 범위를 좁혀도 청소년의 난청 환자 증가율이 전 연령 구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심평원 통계를 보면 10~19세 남자 청소년의 돌발성 난청 환자 수는 2020년 1천454명에서 지난해 1천933명으로 3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남성의 돌발성 난청 환자 수 증가율은 17.3%로, 10대 청소년보다 15.6%포인트 낮다.

10대 남자 청소년의 난청 환자 증가율은 80세 이상(34.7%) 환자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10~19세 여자 청소년도 돌발성 난청 환자 수가 2020년 1천841명에서 지난해 2천286명으로 24.2%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율은 80세 이상(44.3% 증가), 60~19세(30.7%)에 이어 전 연령 구간에서 세 번째로 높다.

올바른 이어폰 사용법[e알리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85㏈ 이상 소리, 청력에 유해…PC게임 소리 순간 최대 119dB

10대 청소년의 난청이 늘어난 것은 해당 연령대가 그만큼 소음에 장시간, 자주 노출되는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큰 소리가 주는 자극이 난청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안내문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이나 영상을 큰 소리로, 오랜 시간 듣는 습관이 귀 청각세포를 손상해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효정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0대는 이어폰 사용 외에도 콘서트 관람 등 소음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행동이 '음향 외상'을 일으켜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특히 버스나 지하철 같은 시끄러운 공간에서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주변 소음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듣는 경우가 많다"면서 "휴대용 음향기기의 볼륨을 최대치로 해두면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도 홈페이지에서 소음성 난청과 관련해 '젊은 사람 중 청력 이상이나 이명을 호소하며 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매일 8시간씩 85데시벨(㏈)의 소음에 노출되는 것은 충분히 청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의료계에서는 일상적인 대화 소리의 강도는 50~60㏈ 정도이며 일반적으로 75㏈ 이하의 소리는 난청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85㏈ 이상이면 청력에 해로우며 소리 강도가 높아질수록 난청의 정도가 심해진다.

휴대용 음향기기에서 볼륨을 최대로 올릴 때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는 100㏈이 넘는다.

비디오게임도 청력 손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장지원 고려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9월 대한이과학회 주최로 열린 제59회 '귀의 날' 맞이 '대국민 귀 건강 포럼'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디오 게임과 비가역적 난청' 보고서(2024)를 인용, 전 세계 게이머가 난청 및 이명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디오게임과 청력 손상 위험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게임 소리는 모바일기기에선 43㏈, PC방이나 게임센터에선 80~89㏈에 이른다. 또 순간 충격음은 최대 119㏈까지 보고됐는데 이는 아동은 물론 성인의 안전 노출 기준을 초과한다.

이러한 젊은 층의 난청 위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의 청년층이 안전하지 않은 청취 습관으로 인해 난청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추정하며 12~35세 인구 중 4천900만명 이상이 다양한 원인으로 '장애성 난청'(40㏈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 청력 손실로 학습 능력 저해·자존감 저하도…'60%-60분' 규칙 지켜야

난청은 성인에게도 문제지만, 발달기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

20㏈ 이상의 청력 손실은 낮은 의사소통 수준, 자존감 저하, 스트레스 증가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청력 손실은 단순히 듣기 어려움이 아니라 학업, 취업, 정신건강, 사회적 고립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의대 연구팀이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 2천879명을 대상으로 청력검사와 이비인후과 검진, 설문조사를 해 2019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난청은 학업성적이 낮은 것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청각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은 난청을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는 문제도 있다.

이효정 교수는 "청소년들은 난청으로 선생님 목소리가 잘 안 들려도 그냥 멀리 있어서 안 들리나보다 생각하고 신경을 꺼버린다"면서 "중등도 난청은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외부로 보이는 문제도 있고, 낙인이 찍히니까 보청기를 쓰지 않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성 난청은 평생 귀에 준 스트레스의 총합"이라면서 "보통 성인은 30세부터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더 이른 청소년기부터 난청이 시작되면 나중에 노인성 난청이 더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난청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으로 이어폰 사용 시 '60%-60분' 원칙을 제시했다.

WHO가 제시한 이 원칙은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사용 시간은 하루 60분 이내로' 제한하라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안내문에서 일반적으로 옆 사람이 내 이어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볼륨이 너무 크다는 의미이며 이어폰을 끼고도 다른 사람 말소리가 들려야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귓속형(인이어)보다 헤드폰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고, 염증 방지를 위해 이어폰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귀마개 등을 활용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대한이과학회는 홈페이지에서 소음성 난청 예방법으로 "개인용 청력 보호 장구를 사용해 소음을 감소시키고 소음 노출을 최대한 피하며 일단 노출 후에는 가급적 오랜 기간 소음을 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아동과 청소년의 난청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 학교에선 1개 주파수로 20㏈이나 40㏈을 들을 수 있는지만 평가하는 수준이어서 국제 표준에 부합하고 필수 주파수별 검사가 가능한 장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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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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