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일교 前총무처장 10시간 조사…'특별보고' 실체 규명(종합)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최원정 기자 김동한 수습기자 =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교단의 자금을 관리했던 핵심 인사를 약 10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2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50분까지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장을 지낸 조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동원된 자금이 어떤 식으로 형성돼 집행됐는지, 윗선인 한학자 총재의 관여는 없었는지 등을 추궁했다.
특히 로비에 동원된 자금이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통일교 차원의 조직적인 정치 후원금 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전 장관의 연결고리가 있는지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장관은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점을 받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설령 통일교 측으로부터 수수한 자금이 있더라도 불법 자금이 아닌 적법한 정치 후원금의 범위에 속할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경찰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에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했던 조씨는 조사가 끝난 뒤에는 "(조사 내용은)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며 대체로 말을 아꼈다.
다만 '정치인 관련 예산 집행을 보고 받거나 서명을 했던 게 조사 중 기억난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보직 해임된 조씨는 통일교가 휩싸인 다수 의혹에 대해서는 "상당히 억울하다", "여론 재판을 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법에 어긋난 내용들이 있으면 사과해야 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너무 과한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서는 "저희 세계본부가 관련 예산 집행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총무처장으로 일할 당시 총무처 재정국장이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배우자인 이모씨의 직속 상사로 자금 출납을 관리했다.
조씨는 윤 전 본부장이 교비 집행의 전결권을 가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주요 현안을 정리한 수천쪽 분량의 이른바 'TM(True Mother·참어머니) 특별보고' 문건도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TM'은 통일교 내부에서 한 총재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문건에는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전 전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 미래통합당 김규환 전 의원의 이름도 여러 차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장관과 통일교 관계자의 만남을 암시하거나 임 전 의원이 통일교의 키르기스스탄 수자원 사업에 도움을 줬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들의 혐의 부인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가성 등을 입증할 주요 증거로 꼽히지만, 언급된 당사자들은 '신빙성 없는 문건'이라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수자원공사의 주력 사업을 도와줬을 뿐"이라며 "(통일교 관계자들이)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과대 포장'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통일교 관계자 또한 "윤 전 본부장이 (지구장들의 보고를) 취사선택해 자기 마음대로 만든 문건"이라며 "문건에 적힌 내용이 한 총재에게 모두 보고됐다는 보장도 없다"고 일축했다.
경찰은 한 총재가 이들 문건을 실제로 보고받았는지, 문건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4일에는 구속 수용된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을 접견해 조사할 예정이다. 한 총재는 지난 17일에도 3시간가량 접견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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