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게임업계 종사하며 얻는 좌절감 이유 1위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업무에서 느끼는 가장 큰 좌절감은 '고용 불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지만, 고용과 처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업계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3,000명을 대상으로 게임업계에 종사하며 좌절감을 겪거나 힘들어지게 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고용 불안정이 52.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4년 콘텐츠산업 종사자 전체의 36.7%보다 무려 15.5%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어 낮은 수익과 보상이 44.5%, 잦은 과로 또는 보장되지 않는 휴식이 35.3%,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조직문화 및 동료 관계의 어려움이 26.5%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게임 유저들의 피드백, 악성 문의를 방기하는 업계 전반의 분위기, 경쟁관계 심화 등이 언급됐다.
종사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고용 불안정은 종사자 규모가 5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체에서 63.7%로 특히 높게 나타났으며, 직군별로는 기획이 55.3%, 게임 분야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낮은 수익과 보상은 5인 미만 사업체에서 72.0%에 달했고, 잦은 과로 문제는 종사자 규모가 클수록, 기획 직군에서 43.5%로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콘텐츠산업 전체와 비교하면 게임업계는 낮은 수익보다는 고용 불안정과 과로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큰 좌절감을 유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계약직, 프로젝트 단위 고용, 외주와 프리랜서 비율이 높은 게임업계 특성상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업무 만족과 직결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게임업계의 AI 기술 도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의 72.0%가 사내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하는 종사자들의 경우 업무 시간을 평균 32.4% 단축하고, 업무 생산성은 34.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물 품질 향상 정도는 평균 34.8%, 저작권과 초상권 침해 위험 완화 효과는 37.5%를 기록했다.
AI 활용률은 프로그래밍 직군에서 76.8%, 기획 직군에서 74.7%로 높았으며, 직책별로는 팀장과 실장급이 78.2%, 본부장 등 임원급 이상이 76.9%로 고직책일수록 활용도가 높았다. 게임 분야 경력이 많을수록 AI 활용 비율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 AI가 신입용 도구가 아닌 숙련자들의 생산성 향상 도구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향후 AI 기술 활용 의향에 대해서는 70.3%가 활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활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응답은 7.0%에 그쳤다. 향후 AI 기술 활용 의향 정도는 100점 만점 기준 73.4점으로 조사됐다.
AI 기술 활용과 관련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으로는 비용 지원이 75.6%로 가장 높았으며, 교육 지원이 55.5%, 제도 지원이 37.7%, 업무 지원이 30.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비용 지원 요구가 84.7%에 달해 영세 개발사들의 AI 도입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서면 인터뷰에서 한 PC게임 기획 종사자는 "이제 AI 없으면 일할 때 많이 답답할 것 같다. 정말 간단한 문제인데 해결하려고 구글링하다가 시간 많이 보내는 때도 많고, 회사에 알려줄 사람도 없을 때 참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 아트 직군 종사자는 "회사에서 반강제로 AI 사용을 지시하지만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미 임원진은 AI 버튼 하나면 온갖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우려를 표현했다.
한 프로그래밍 직군 종사자는 "앞으로 필요한 지원 방향으로는 직무별 맞춤형 AI 활용 교육 제공, 저작권 및 윤리적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 AI 결과물의 품질과 리스크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게임업계가 AI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작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함께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과 복지 개선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