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고속승진' 조지호 결국 파면…차기 경찰청장은 3파전?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윤석열 정부 들어 '초고속 승진'하며 경찰 수장에 올랐던 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 사태에 연루된 끝에 결국 18일 파면됐다.
경찰 창설 이래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첫 경찰청장이다. 계엄 당일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해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지 1년 만에 난 결정이다.
조 청장의 35년 경찰 생활은 12·3 비상계엄 전까지는 엘리트 코스의 전형이었다.
경찰대(6기) 졸업 후 1990년 경찰에 입직해 2011년 '경찰의 꽃'인 총경, 2019년에는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경찰 내부에선 '기획통'으로 분류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2022년 3∼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으면서 '눈도장'을 찍은 조 청장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22년 6월 치안감으로 승진했고, 다시 6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파격 승진해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을 맡았다. 2024년 7월에는 차기 경찰청장으로 지명되면서 14만 경찰 조직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유일한 계급인 '치안총감'을 달게 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의 '밀착'은 결국 오판으로 이어졌다.
조 청장은 계엄 발표를 3시간 앞둔 저녁 7시께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장악 기관' 등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은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에 국회 전면 출입통제를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친정'인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조 청장은 지난 1월 법원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이 허가되면서 불구속 상태로 1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내에서는 '경찰청장 잔혹사'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 2년제가 도입되고 청장에 오른 14명 가운데 5명만이 2년 임기를 채웠다. 각종 사고와 부실 수사, 비리 의혹 등으로 중도 사퇴하거나 퇴임 후 구속된 경우가 적지 않다.
총선 개입 혐의(강신명), 여론 조작 혐의(조현오), 함바집 비리 혐의(강희락) 등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탈 없이 '완주'한 경우가 더 드물다는 평가다.

1년 넘게 '차장 직무대행' 체제였던 경찰 조직을 이끌 차기 청장 후보군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유재성(충남·경찰대 5기) 경찰청 차장, 박성주(전남·경찰대 5기) 국가수사본부장, 박정보(전남·경찰간부후보 42기) 서울경찰청장 등 치안정감 3명이 물망에 올랐다는 평이 많다.
유 차장과 박 본부장은 1966년생으로 내년에 정년을 맞는다는 점은 변수다. 경찰청장에 임명돼도 임기 2년을 채우지 못 하고 퇴직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경찰청장·국수본부장 정년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 계류 중이다.
박 청장은 1968년생으로 비교적 정년 문제에서 자유롭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당분간 차기 경찰청장 지명을 미루고 그동안 비교적 무난하게 운영됐던 대행 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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