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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대선 직전 "우리가 캐스팅보트…잘못하면 5년 괴로워져"(종합)

연합뉴스입력
윤영호, 교단 간부와의 통화서 여야 인사 다수 언급…전방위 접근 민주·국힘 후원회장 통해 정치자금 전달 정황도…진위 여부 주목 통일교 "정치권력과 결탁해 이익 얻으려 한 적 없어…개인의 일탈"
김건희 특검, 통일교 압수수색(가평=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시설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에 비구름이 걸려 있다. 2025.7.18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통일교가 20대 대선을 교단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기회로 보고 계획적으로 여야 인사들에게 접근한 정황이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로 드러났다.

1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 28일 통일교 핵심 간부에게 "우리가 그래도 캐스팅보트를 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단 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교단이 교회뿐 아니라 학교·기업체 등을 산하에 둔 만큼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세가 있는 조직임을 자신하는 취지다. 해당 통화는 20대 대선(3월 9일)을 불과 9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윤 전 본부장이 이 같은 표현을 쓴 건 그해 2월 통일교가 개최한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에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초청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행사는 그달 13일 서울 롯데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렸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석해 펜스 전 부통령을 만났다.

윤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펜스하고 윤을 브릿지(연결)해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펜스 정도는 붙여줘야 '저쪽에 신세를 졌다'고 생각을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거는 액션(조치) 해줬다"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 측과도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쪽도 다이렉트로 어머님(한학자 총재) 뵐려고 전화가 왔다"며 "김현종 통해서 또 어프로치(접근)해 왔는데 다행히 만나진 않았고, 양쪽 다 '우리가 어디 한쪽을 밀었다' 이런 건 느껴지지 않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했다가 이거 또 5년이 괴로워진다"며 "결국 5년 뒤에 다시 우리가 뭔가 영향을 주려면 우리 플랫폼이나 비즈니스나 프로젝트가 다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20대 대선 이후에는 개별 인사를 접촉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서 안정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검 조사 마친 한학자 총재(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받고 귀가하고 있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2025.9.17 seephoto@yna.co.kr

윤 전 본부장은 이같이 여야 모두와 접촉하는 가운데 통일교의 정점인 한학자 총재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기다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어머님 결정하시면 저희는 움직입니다. 대신 어렵더라, 양쪽 (접근)해 보니까 통일교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이제 3∼4주 전에 Y(윤 전 대통령)로 하면 좋겠다 그랬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대화가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유착을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라고 본다.

반면 윤 전 본부장 측은 특정 정파에 국한해 후원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윤 전 본부장 측은 전날 결심공판에서 "통일교의 평화주의 이념에 따라 여러 정파를 아우르려면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대선 후보가 참석하는 게 절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성락(현 국가안보실장) 캠프 실용외교위원장과 김현종 국제통상특보단장 등 이 대통령 캠프 쪽 인사들도 행사를 계기로 펜스 전 부통령을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본부장은 행사 전인 1월 25일에는 해당 간부에게 당시 양측 후원회장을 통해 정치자금을 전달했단 취지로도 말했다.

당시 둘은 서밋에 참여할 미국 측 유력인사 섭외를 논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비롯한 다수 여권 인사가 언급됐다.

윤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라인'을 거론하면서 2019년부터 여권 최고위급 인사들과 차근차근 인연을 쌓아왔다고 했다. 다만 당시 민주당 측이 통일교에 대한 국내 인식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는 평가도 내렸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일부 중진 의원이 윤 전 대통령 쪽으로 교단 지지를 끌어온 공을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하며 "야권 보니까 선대위에서 서로 통일교 자기가 잡았다고 하려고 할 것. 나는 그게 싫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종성 전 민주당,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해서는 '곁다리'라고 표현하며 대선 후보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인사가 양 정당과의 가교 역할로 언급됐으나 영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취지다.

법원 출석하는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건진법사 청탁' 의혹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의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kjhpress@yna.co.kr

두 사람은 윤 전 본부장이 지난 8월 특검팀에서 금품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에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에게 통일교 측 자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해당 금품수수 의혹을 내사(입건 전 조사) 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보고서를 만들면서 전 전 장관에게는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해저터널 등 교단 숙원사업을 청탁하면서 금품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해서다.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이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본부장과 해당 간부는 또 통화에서 민주당 중진 A의원과 국민의힘 중진 B의원도 정치권에 접근하는 경로로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부는 이처럼 여야 인사들에게 전방위로 접근한 윤 전 본부장의 행적을 놓고 "청와대나 인수위원회, 그 이상까지도 라인을 만들어본다는 꿈을 가졌으니 보따리 들고 쫓아다닌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유착 상대를 국민의힘으로 결정한 뒤 대선 전후로 쪼개기 후원을 하거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는 등 조직적인 작업에 나섰다고 본다.

반면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독단적 범행이라는 입장이다.

통일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종교가 정치권력과 결탁해 이익을 추구하는 순간 그 신앙의 본질을 잃게 된다"며 "저희가 70여년간 견지해 온 불변의 기본 가치"라고 밝혔다.

이어 "조직 차원에서 정치권력과 결탁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원해 이익을 얻으려는 계획·의도를 가진 적 없다"며 "개인의 일탈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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