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T/과학

[게임위드인] '아이온2' 직접 해보니…엔씨가 얻은 것과 놓친 것

연합뉴스입력
자유 탐험·그래픽 호평 속 빈약한 서사 지적 서버 불안·운영 미스까지 초기 과제 산적
'아이온2' 플레이 화면[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실적 반등에 사활이 걸린 엔씨소프트[036570]가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를 내놨다.

엔씨소프트가 현재 '아이온2'에 걸고 있는 기대는 최근 출시한 그 어느 신작 때보다도 크다.

'리니지' 모바일 3부작이 히트한 후 장르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외치면서 '쓰론 앤 리버티'·'배틀크러쉬'·'호연' 같은 게임을 연이어 내놨지만, 모두 기존 작품 대비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실적도 이에 따라 급격히 감소, 주식시장 상장 이래 처음으로 2024년 연간 적자를 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PC 게임 전성기를 대표하는 '아이온: 영원의 탑'의 직계 후속작이자 매출 반등의 사명을 띠고 지난 19일 출시된 '아이온2'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아이온2' 플레이 화면[게임 화면 캡처]

◇ 수려한 그래픽 위에 올린 자유로운 탐험, 역동적인 전투

플레이어는 서로 대립하는 '천족'과 '마족' 진영[285800] 어느 한 편에 서서 제각기 개성이 다른 8개의 클래스 중 하나를 골라 캐릭터를 육성하게 된다.

전작의 특징이었던 날개를 이용한 자유로운 비행과 탐험 요소는 '아이온2'에서도 살아있다.

극초반에 날개를 한 번 입수하고 나면 언제든지 하늘로 날아올라 눈에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서 탐험할 수 있다.

날개의 외형도 다양해 수집하는 재미가 있으며, 여러 개를 모을수록 활공 시간이 늘어나게끔 설계돼있다.

맵 곳곳에 숨겨진 '주신의 흔적'을 모아 마을에 있는 '모노리스'로 가져가면 보상을 얻을 수 있고, 풍성한 보상이 담긴 '히든 큐브'도 맵에 무작위로 등장해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탐험을 유도한다.

'아이온2' 플레이 화면[게임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블레이드&소울'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전투 설계도 강점이다.

대부분 직업의 기본 공격과 주 공격 기술이 목표물이 없어도 발동 가능해 논타깃 전투에 가까운 조작감을 보여주고, 회피나 점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모바일 조작까지 고려해 속도감을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게임에 적용된 각종 시각 효과와 지형 묘사, 캐릭터의 디테일은 현존하는 온라인 MMORPG 중 최고 수준이다.

론칭 시점에서도 다양한 캐릭터 의상이 부위별로 준비돼있고, (다소 비싸게 책정된) 유료 재화를 지불하고 자유롭게 염색하거나 패턴을 바꾸는 것도 가능해 캐릭터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온2' 캐릭터 꾸미기[게임 화면 캡처]

◇ 빈약한 스토리텔링, 탈피하지 못한 모바일의 문법

'아이온'은 엔씨소프트가 그간 선보인 게임들 중 독보적으로 설정상의 스케일이 큰 게임이다.

인간과 용족의 전쟁, 열두 주신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아 신적 존재가 된 '데바', 용족을 물리치고 천족과 마족으로 분열된 데바의 대립 등 심오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엄한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서사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나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개성 있는 등장 인물의 서사와 감정선 묘사다. 하지만 '아이온2'에서는 최고 레벨에 가깝게 캐릭터를 육성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별로 없었다.

엔씨소프트가 너무 오랫동안 모바일 기반 경쟁형 MMORPG에 집중해온 탓일지 모르겠으나,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도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식 RPG 요소가 가득하다.

우선 각종 주문서와 포션 같은 소모품의 종류가 너무 많고, 반복적으로 큰 돈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 공격할 때마다 종량제로 소모되는 공격력 증폭 재화도 그대로 들어갔다.

현대 MMORPG는 이런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소모성 아이템의 종류를 최소화하고, 동종 아이템의 중복 적용을 막으며, 최대한 기간제 버프나 영구 사용 아이템 방식으로 간략화해 유저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온2' 속 수중 탐험[게임 화면 캡처]

게임의 인터페이스도 전반적으로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져 있다.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량은 적고, 무기를 갈아끼우거나 정보 창을 열었다 닫는 간단한 행동도 여러 번의 클릭을 하게끔 설계돼있다.

그렇다고 모바일 버전의 조작감이 편한 것도 아니며, 오밀조밀한 UI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엔씨소프트조차 결제의 90% 이상이 PC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생각해볼 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모바일 버전이 전체 게임 완성도의 발목을 잡았다고까지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탐험 요소도 첫눈에만 괜찮아보일 뿐,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한계가 명확하다.

눈에 보이는 산 위나 물 아래까지 가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퀘스트 구간을 조금만 벗어나면 그냥 아무것도 없는 배경에 불과하며, 양산형 오픈월드 게임에 자주 나오는 반복적인 수집 요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2025 지스타 긴 대기줄(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3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2025 지스타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지스타는 오는 16일까지 총 44개국, 1천273개사, 3천269부스 규모로 열린다. 2025.11.13 handbrother@yna.co.kr

◇ 출시 초기 운영 이슈도 불안 요소

출시 초기부터 불거진 숱한 서버 장애와 운영 미스도 '아이온2'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일조한다.

'아이온2'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19일 자정, 서버 오픈을 기다린 이용자 상당수는 불안정한 서버 때문에 짧게는 30∼40분부터 수 시간 넘게 게임에 접속하지 못했다.

대기열에서 갑자기 밀려나 게임이 꺼지거나, PC 게임 플랫폼 '퍼플' 로그인이 안 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게임 출시 당일 오후에도 과도한 서버 렉(지연 현상) 때문에 원활한 게임플레이는 어려웠고, 일부 서버는 채팅조차 되지 않았다.

물론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불안정해지거나, 장시간의 대기열이 생기는 것은 해외의 글로벌 대작 게임 출시 때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껏 한국과 대만이라는 제한적인 시장에만 출시된 게임에서, 그것도 MMORPG 운영 경험이 풍부한 엔씨소프트의 작품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는 점은 운영진이 무겁게 받아들일 만한 지점이다.

라이브 방송하는 엔씨소프트 '아이온2' 운영진[유튜브 캡처]

론칭 3일차까지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켜서 해명할 정도의 '대형사고'도 두 차례나 발생했다.

운영진은 장비 스펙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혼의 서'를 유료 재화로 팔지 않겠다고 공언해 놓고, 정작 원화로 결제해야 하는 유료 상품에 포함해놨다가 긴급히 이를 수정했다.

또 고레벨 이용자들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저레벨 이용자를 손쉽게 처치하고 '어비스 포인트'만 챙겨 가는 플레이를 하룻동안 방치해 놓아 또다시 제작진 사과와 함께 수정해야 했다.

적극적인 운영진의 소통과 피드백 반영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경쟁 요소가 있는 MMORPG에서는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실수다.

이밖에 배틀패스의 경우 보상 대부분이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소모성 재화고, 유료 재화 보상이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아바타 보상은 거의 없다.

배틀패스의 핵심은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얻는다'는 심리를 자극해 이용자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인데, 그냥 요즘 배틀패스가 유행하니 기계적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이온2'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시 초기 150만 명이 넘는 일일 이용자가 몰리며 초기 흥행에는 확실히 성공했다.

'아이온2'가 장기적인 흥행 IP 반열에 오를지 여부는 이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하는 제작진의 '초심'과 빠른 콘텐츠 업데이트가 가를 전망이다.

'아이온2'의 전투[게임 화면 캡처]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13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인기순|최신순|불타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