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400원에 두 끼 해결"…경제불안에 허리띠 졸라매는 中청년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 청년들이 경제 불안 속에 식비 등 생활비 지출을 줄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중문판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내수 살리기를 경제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심각한 취업난까지 겪고 있는 청년들은 더욱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더 적은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꿀팁'이 넘쳐난다.
'쌀알 장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24세의 한 여성 인플루언서는 고가의 클렌징 제품 대신 일반 비누를 사용해 온몸을 씻는 법 등과 같은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린다.
샤오훙수 팔로워가 9만7천명에 이르는 그는 쇼핑몰을 다니며 옷과 가방을 둘러보는 영상에서도 내구성과 가성비를 강조한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니멀리스트 생활 방식에 힘쓰는 게 내 일"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소비의 함정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면 그들은 돈을 아낄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 마음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먹는 것에 돈을 덜 쓰는 요령과 관련한 콘텐츠도 인기다.
'베이징을 떠도는 작은 풀'이라는 별칭을 쓰는 29세 남성 인플루언서는 적은 돈으로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영상을 더우인에 올린다.
그는 7위안(약 1천400원) 조금 넘는 비용으로 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극도로 아끼는 생활방식 덕분에 온라인 판매 회사에 다니면서 6년간 130만위안(약 2억7천만원) 넘게 저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시골에서 온 평범한 사람"이라며 "좋은 교육 배경도 없고 영향력 있는 인맥도 없어 열심히 일해야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가계 소비를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가계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60% 정도인 다수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낮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국내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불안한 경제환경 때문에 현재 중국 청년들이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보다 더 비관적이라는 점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20%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국은 청년 실업률이 2023년 6월 사상 최고인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가, 같은 해 12월 중·고교와 대학 재학생을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그 자체로 불안 요소이지만 고용주들이 임금을 삭감하기 쉽게 만든다. 직원들의 선택지는 낮은 임금을 받아들이거나 치열한 취업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 사는 한 여성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입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직업을 바꿨는데 봉급이 예전만 못하다. 새 일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 당장은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입원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20대 남성은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은 할 수 있겠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대학에서 금융부터 영업까지 다양한 전공을 했지만 일부는 실직 상태로 부모님 집에 살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지금은 경제가 좀 침체됐지만 상황이 나아져 모두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에는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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