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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공명 연립 붕괴에 日정국 '안갯속'…진척 없는 연정 논의

연합뉴스입력
다카이치 집권해도 국정 운영 난항 전망…자민당 표 기반도 약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26년간 이어진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간 연립이 붕괴하며 일본 정국이 안갯속에 빠졌다.

여야의 물밑 연정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눈에 띄는 진척은 없다.

3번째 도전 끝에 자민당 수장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여야 물밑 연정 논의 답보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 총재는 이튿날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와 비밀리에 회동했다.

현지 언론은 다카이치 총재가 연정 확대를 위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했다.

오는 20일께로 예상되는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투표를 앞두고 국민민주당을 기존 자민·공명당의 연립 정권에 끌어들여 여소야대를 끝내고 안정적인 정국 운영의 토대를 구축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6년간 자민당과 협력해온 공명당이 '비자금 스캔들' 대응 등을 둘러싸고 지난 10일 연립 정권 이탈을 선언하면서 다카이치 총재가 구상한 판이 흔들렸다.

이와 관련 국민민주당 다마키 대표는 "공명당이 연립에서 빠지면 국민민주당을 더해도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며 (자민당과 논의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자민당은 새로운 대응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이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새롭게 접촉해 협력을 호소할 방침을 정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를 비롯한 현 자민당 간부와 일본유신회 간 인맥은 깊지 않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야당간 결집을 통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지만 역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전날 "좀처럼 없는 기회"라며 "서로의 차이를 넘어 일치점을 찾아 협력할 수 있다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입헌민주당은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 때 대중적 인기가 높은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지만 반응은 탐탁지 않다.

다마키 대표는 "현재의 입헌민주당과는 (연립을) 짤 수 없다"고 말했다.

양당이 안보, 에너지 등 기본 정책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오른쪽)와 사이토 공명당 대표[지지·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다카이치, 총리돼도 이시바 때보다 어려운 상황 예상

다카이치 총재가 내각 출범 전 연정 확대 움직임을 보인 것은 현재 여소야대 구조에서는 정권을 잡아도 자기 생각대로 국정 운영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시바 총리도 작년 중의원 선거 패배 후 연정 확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해 예산이나 법률 통과를 위해 정책별로 야당과 협조하면서 외줄 타기를 하듯 어렵게 국정을 운영했다.

게다가 다카이치 총재는 당장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를 통한 집권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바뀌면 총리를 새로 뽑는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과를 따른다. 중의원의 향방이 선거에 결정적 요인인 셈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 정당별 분포를 보면 총 465석 중 자민당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등이다. 과반은 233석이다.

결국 입헌민주당의 제안대로 야당이 결집하면 정권은 교체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야권이 현재처럼 분열한 상태라면 각 정당이 자당 대표에게 각각 투표해 제1당인 자민당의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뽑히게 된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재가 집권하더라도 국정 운영은 이시바 총리 때보다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공명 연립정부 때에는 제2야당이나 제3야당 중 한쪽의 협력만 얻어도 추경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표 확보가 가능했지만 공명당이 떨어져 나간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 공명당 연립 이탈로 자민당 총선 기반도 약해져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자민당의 지지 표 기반도 약화해 향후 총선거 실시를 통한 정국 돌파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민당과 공명당 협력은 선거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공명당이 지역구 투표에서는 상당수 자민당 후보를 추천해 밀어주고 대신 자민당은 자당 지지 세력에게 공명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밀어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내에서는 지역구별로 공명당 지지세력 표가 1만∼2만표로 인식되고 있다"며 "선거 협력이 사라지면 지역구 선거가 어려워질 것으로 경계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이 옹립하는 후보에 대한 자민당 추천을 요구하지도, 자민당 후보를 추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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