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배틀필드6' 체험해보니…멀티는 부활, 싱글은 미흡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일렉트로닉 아츠(EA)의 1인칭 슈팅게임(FPS) 대표작 '배틀필드'가 최신작 '배틀필드 6'로 돌아왔다.
'배틀필드 6'가 전작 '배틀필드 V'나 '배틀필드 2042'를 거치며 내리막길로 접어들던 배틀필드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발매 전 직접 플레이하며 알아봤다.

◇ 총격전 손맛·진중한 분위기 살아있는 멀티플레이
배틀필드의 핵심인 멀티플레이는 최신 FPS의 속도감 있는 게임플레이와 유저 인터페이스(UI) 디자인을 다수 차용하면서도, 현대전이라는 테마를 잘 살린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돌아왔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장비와 복식, 외형은 어느 정도 게임적인 허용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돼있다.
현대전을 다룬 '콜 오브 듀티'나 '델타 포스' 같은 게임들이 연예인·스포츠 스타는 물론 애니메이션이나 SF 게임과 협업한 상품을 내놔 게임 분위기를 크게 해쳐온 것과는 대비된다.

기존에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베타 테스트에서는 좁은 시가전 위주의 전장만 공개돼 게임의 스케일이 작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본 '파이어스톰 작전'을 비롯한 컨퀘스트 모드 맵에서는 '배틀필드 3'이나 '배틀필드 4' 출시 시점에 나왔던 맵들과 유사한 큰 전장이 나온다.
일부 매체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진행된 사전 체험의 한계상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해 제대로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장비 밸런스 또한 잘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배틀필드 시리즈의 유서 깊은 전통처럼 전투기와 전폭기의 성능이 꽤 높아 숙련된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가면 판세를 혼자서 뒤집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밖에 쓰러진 아군을 안전한 엄폐물 뒤로 끌고 가며 소생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도 자연스러운 팀플레이를 유도, 분대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살렸다.
특히 최적화 면에서는 근래에 나온 서구권 트리플A급 게임 중 가장 훌륭한 편으로, 권장사양인 RTX 3060Ti를 조금 웃도는 사양의 PC에서 꽤나 부드럽고 멋진 화면을 보여줬다.
'배틀필드 6'의 멀티플레이는 보병과 장비가 뒤얽혀 싸우는 '배틀필드'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잘 살리면서 FPS가 갖춰야 할 총기의 타격감과 시각 연출도 준수하게 갖춘 수작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화려한 연출에도 혼란스럽고 몰입하기 어려운 싱글플레이
반면 '배틀필드 2042'에서 사라졌다가 이번 작에서 부활한 싱글플레이는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스토리는 미국의 적으로 러시아나 중국이 나오던 전작들과 달리 전 세계 정부를 하나둘씩 장악한 의문의 용병 군대 '팍스 아르마타'가 악역으로 나오는데, 미국 본토를 침공해 뉴욕을 전쟁터로 만들 집단치고는 개연성 묘사가 지나치게 허술하다. 엔딩 시점에 가면 팍스 아르마타의 정체가 드러나긴 하는데, 그 또한 뜬금없다.
화려한 연출은 명백한 '배틀필드 6' 캠페인의 강점이다.
폭발 효과를 사랑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게임 제작에 뛰어들었나 싶을 정도로 시시각각 자동차는 터지고, 건물은 무너지고, 로켓은 사방에서 날아든다.
하지만 이는 짧은 볼거리에 불과할 뿐, '배틀필드 3'에 나오는 항공모함에서의 전투기 출격 시퀀스나 '배틀필드 1'에 나오는 참호전만큼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지는 못한다.

스토리 또한 하나의 커다란 줄거리를 따라간다기보다는, 부분 부분을 맥락 없이 발췌한 것처럼 엮어놔 주인공도 배경도 계속 바뀌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생생한 야간 실내 총격전 묘사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2019년 작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를 의식한 듯, 야간 투시경을 쓰고 진행되는 임무도 나오지만, 레벨 디자인과 시각 효과 모두 6년 전 게임만 못하다.
적의 AI 설계도 문제다. 적 병사들은 높은 난도에서도 대놓고 '나를 쏘세요' 하고 외치는 듯 엄폐 없이 사선으로 뛰어들어오고, 눈앞에서 여유롭게 재장전하고 있어도 멀뚱멀뚱 쳐다보는 등 멍청해 몰입감을 해친다.
제작진은 이런 상황에서 싱글플레이의 후속작 제작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데, 엔딩까지 플레이하고 나니 멀티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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