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타포스 강화와 데스티니 무기 업데이트에서 신중한 개편을 단행
•끝없이 바뀌는 게임 안에서도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다”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라이브 서비스의 핵심

6월 25일, NDC 2025 강연에 선 메이플스토리 기획팀은 단순한 업데이트 소개가 아닌, 22년간 이어온 라이브 서비스가 어떤 기준과 태도로 플레이어의 기대에 응답해왔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발표는 ‘변화하는 기대’와 ‘변하지 않는 기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 스스로의 원칙을 되묻고 부숴가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루었다.
◇ 변화한 기대에 응답하기 위해, 기획 원칙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메이플스토리 기획실 구유리 기획자는 사냥과 보스 전투 구조를 예로 들며, 플레이어의 기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했다. 과거에는 ‘빠르게 많은 행동을 수행하고 정해진 패턴을 숙련되게 반복하는 플레이’가 실력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준비 과정보다는 본 스킬을 활용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버프 스킬을 순서대로 빠르게 누르다 죽는 경험은 더 이상 숙련도 테스트가 아니라 불합리한 장애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기획팀은 과거에는 실력으로 간주했던 ‘준비 과정’을 과감히 삭제하고, 버프를 자동으로 시전하는 ‘스킬 시퀀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사냥 구조에선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했던 기존 기획 원칙을 버리고, ‘제자리 사냥’을 핵심으로 한 구조 개편도 단행했다. 이 모든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이 아니라, ‘더 이상 플레이어가 기대하지 않는 기획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변하지 않는 기대, ‘플레이 가치의 보존’
이어 김재유 기획자는 ‘플레이 가치 보존’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어떤 플레이어의 기대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메이플스토리는 수십에서 수만 시간에 이르는 플레이 타임을 커버할 수 있는 게임이며, 유저는 그 시간의 축적이 데이터와 장비, 경제 가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기대를 지키는 것이 메이플스토리의 본질이라는 판단 아래, 스타포스 강화 개편과 데스티니 무기 업데이트라는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스타포스 강화는 일정 구간에서 강화 비용이 급증하며 현실적인 도전을 가로막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유저가 ‘22성’에서 강화를 멈추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3성 이상 구간의 강화 비용을 대폭 완화하고, 기존 고강화 아이템들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강화 단계 보증 조치까지 함께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매소 소모 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유저 참여도도 15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데스티니 무기 업데이트는 한차례 방향 전환이 있었던 사례다. 초기엔 매소 소모를 유도하기 위해 강화 수치를 유지한 채 다음 무기로 전승하는 일반 방식을 기획했지만, 이는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가치 보존’ 기대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결국 엔드 콘텐츠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매소 소모는 포기하고 ‘상향 전승’을 선택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저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
◇ "이 게임은 여전히 메이플스토리일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발표 말미에 정현정 기획자는 ‘테세우스의 배’라는 철학적 비유를 꺼냈다. 모든 부품이 바뀐 배가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일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것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메이플스토리는 수많은 시스템이 바뀌고,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게 변해왔지만, 그것이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이 메이플스토리이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게임은 언제 죽는가? 그것은 서비스 종료가 아니라,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때라고 말했다. 기대가 있는 한, 라이브 서비스는 살아 있다. 그리고 그 기대에 응답하는 것은 개발자의 의무이며, 그 과정이 설령 시행착오와 번복의 연속일지라도 그것이 진짜 라이브 서비스의 길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강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