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방식과 툴 적응, 피드백 방식에서 어려움 → 긴밀한 토론, 상호 이해를 통해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K-POP 콜라보 등에서 독자적인 감각과 기획력을 발휘하며 ‘팬 중심’의 철학을 실현 중

지난 26일 'NDC 2025' 현장에서 진행된 '오버워치 2: 지구 반대편 개발팀이 하나 된 이야기' 컨퍼런스는 글로벌 협업의 실전 경험에 대한 기록이었다. 블리자드 코리아 스튜디오의 장기문 디텍터는 블리자드 본사의 개발 조직으로 정식 편입된 이후, 오버워치 2의 콘텐츠 개발과 협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완전히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에 적응해야 했다. 이 과정은 단지 개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개발 철학과 감각, 언어와 스타일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룬 문화적 융합의 현장이기도 했다.

◇ 하나의 팀을 만든다는 것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 두 팀의 협업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미국 개발진이 기준으로 삼는 퀄리티는 블리자드 특유의 장인 정신이 깃든 수준이었고, 한국 개발자들은 기존에 익숙했던 빠른 사이클의 모바일 중심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했다. 제작 과정의 수많은 피드백과 수정, 반복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깊고 정교한 것이었고, 이는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문제를 넘어서 개발 방식 전반을 새로 학습해야 하는 과제였다.

특히 자체 제작 엔진과 툴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오버워치의 개발은 상용 엔진과는 달리 독자적인 도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마야 같은 툴에 대한 적응도 필수였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툴과 달라 빠른 숙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제약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팀은 어려움을 조직 전체의 문제로 공유하고, "한국 팀의 약점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이는 단순한 로컬 조직이 아닌, 진정한 글로벌 개발 파트너로의 전환을 가능케 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 ‘개발 스타일의 충돌’을 넘어, ‘문화적 통합’으로
미국 팀은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세밀한 설계와 수정, 토론을 반복하는 스타일을 지녔다. 반면 한국 팀은 기존에 모바일 기반의 빠른 개발 주기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 익숙했다. 초기에는 이 차이로 인해 효율성과 방향성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프로젝트의 목표가 ‘더 나은 결과물’이라는 공통된 신념 아래에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점차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토론의 문화’였다. 디자인, 애니메이션, 아트, 기능, 모션 등 다양한 부문에서 문화적 취향과 기술적 기준이 달랐지만, 단순한 갈등이 아닌 "이해하고자 하는 대화"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현되었다. 특히 K-POP과의 콜라보, 지역별 세계관 해석, 스타일라이즈드 아트워크 구현 등에서는 코리아 팀의 감각이 강하게 발휘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개발팀은 더 이상 서브 조직이 아니라, 오버워치 개발의 한 축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다.

◇ 트레이닝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초기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개발 환경 적응이었다. 코리아 팀은 게임을 잘하는 것보다 게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하게 되었고, 개발자가 스스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유저의 감각을 체득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발표자는 이를 두고 “게임의 재미를 모르면,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진짜 협업은 단순히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규 입사자에게는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적응을 위한 트레이닝 시간을 제공했고, 팀 내부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사이트를 자산처럼 공유하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맞춰갔다. 마야, 자체 엔진, 신규 무기 제작, 신규 영웅의 감성 연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제약을 넘어서기 위한 논의와 개선이 반복되었고, 이러한 과정이 오버워치만의 ‘특별한 팀워크’를 만들어냈다.
◇ 협업의 끝은 ‘조화’, 그리고 팬을 향한 열정
결국 오버워치 코리아 팀은 문화적, 기술적 장벽을 넘어서 미국 팀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진짜 ‘하나의 팀’이 되었다. 콜라보 콘텐츠, 신화 스킨, 신화 무기, 8비트 테마 등에서 코리아 팀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특히 K-POP 테마의 협업에서는 음악, 아트, 시네마틱, 마케팅 전 부문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는 단지 지역별 특색을 넘어, “한국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