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와 F&B, 공간 디자인 등에서 정교한 전략과 기획을 통해 높은 몰입감과 소비 성과
•오프라인 경험의 연결성, 감정적 유대 강화를 위한 다양한 ‘알파’ 실험 계획
지난 6월 26일, 제주 넥슨 컴퓨터 박물관 전시팀이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중심의 게임 산업에서 ‘오프라인 공간’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오른 이유는 다름 아닌 메이플스토리의 상설 카페 공간, '카페 메이플스토리' 때문이다. 미술사와 전시 기획을 전공한 김정아 전시팀장은 NDC 발표를 통해 게임 IP가 스크린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며 어떤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경험을 공유했다.

◇ 팬데믹 이후, 변화한 오프라인의 의미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중심 사회의 정착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갈망도 키워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관람객 수와 매출이 급증했고, 사람들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경험’을 중심으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요즘의 소비자는 한 장소에서 식사, 전시, 브랜드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을 선호한다. 해녀의 부엌이나 무신사 테라스처럼, 콘텐츠와 브랜드가 결합된 경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게임 IP 역시 화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다. 메이플스토리는 이미 탄탄한 팬덤과 인지도를 가진 IP지만, 그 경험이 온라인에만 국한된다면 확장의 한계가 분명했다. 이에 넥슨 전시팀은 IP와 유저 사이의 감정적 유대를 오프라인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상설 공간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그것이 바로 ‘카페 메이플스토리’의 시작점이었다.
◇ 카페를 전시처럼, 공간을 IP처럼
전시팀이 카페를 기획한 이유는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IP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관광객 유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메이플스토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들어와 즐길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했다. 초기 기획은 ‘비행선’ 콘셉트에서 출발했지만, 메이플스토리와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핑크빈 출몰 지역’이라는 콘셉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핑크빈'은 유저와 비유저 모두에게 친숙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식되는 메이플스토리의 대표 캐릭터다. 제주도라는 공간 안에 포털을 통해 핑크빈이 출몰했다는 설정은 카페 전반에 유쾌한 세계관을 부여했고, 이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전시팀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아트팀 및 사업팀과 긴밀히 협력했다. 핑크색의 구현을 위해 색상 샘플링만 7회를 진행했고, 화장실의 타일, 냅킨, 의자 모서리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차례 조정했다. IP의 몰입감을 유지하면서도 실내 공간으로서의 안전성과 실용성을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F&B 메뉴 개발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프랜차이즈 기반이 아닌 단일 매장을 위한 메뉴 개발은 유통, 위생, 품질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카페에서는 핑크빈 딸기 라떼, 계절 한정 아이스크림 등 메이플스토리 세계관과 연결되는 메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단순한 디저트 소비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IP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 오프라인 공간이 만드는 데이터의 변화
'카페 메이플스토리' 오픈 이후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관람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중심이었던 공간에 성인 관람객 비중이 늘었고, "지금도 넥슨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답한 액티브 유저 비율은 27%에서 51%까지 증가했다. 이는 상설 공간을 통해 유저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해외 관람객은 전체 방문자의 1.4%에 불과하지만, 매출의 14%를 차지하는 등 높은 소비력을 보였다.


굿즈와 메뉴 구성에서도 뚜렷한 선호도가 나타났다. 지역 한정 인형이나 장패드, LP 음반은 ‘여기서만 살 수 있는’ 희소성을 기반으로 강력한 수요를 만들었고, 소액으로 가볍게 IP를 경험할 수 있는 캔디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전시팀은 시즌과 이슈에 맞춰 굿즈 기획 주기를 반기에서 월 단위로 단축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은 단순한 소비처를 넘어, IP 기획과 운영의 전략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 밖으로 나간 IP, 그 다음 단계는?
카페 메이플스토리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다. 넥슨 전시팀은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알파(Alpha)’ 경험을 기획하고 있다. 알파는 오프라인에서 감각적으로 IP를 마주하게 하고, 게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기억과 감정의 연결을 유지시켜주는 일종의 실험이자 확장 장치다. 이러한 반복 노출과 물리적 경험이 유저의 기억 속에 IP를 ‘생활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나무13과 협업한 LP 앨범 아트워크, 메이플 BGM을 활용한 오프라인 이벤트 등은 팬덤과 비유저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그 결과, 제주도라는 입지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간은 꾸준한 유입과 재방문율을 보이며, 오프라인에서 IP를 ‘경험 가능한 브랜드’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넥슨 전시팀은 “오프라인에 적합한 IP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어떤 IP든 감각적으로 설계된 경험을 통해 물리 공간 안에 녹여낼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획되었는가이며, 이를 통해 오프라인은 단순한 부차적 홍보 채널이 아닌, 게임의 외연과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벽 안의 안전함에 머무르지 않고 벽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메이플스토리는 이제 화면을 넘어 현실에서도 사랑받는 IP가 되었다. 그리고 넥슨 스페이스는 다음 IP를 기다리며 또 하나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