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김기동 나와!"
구단의 레전드 기성용의 이적에 분노한 FC서울 팬들이 결국 구단 버스를 막았다.
서울의 이번 시즌 첫 '버막(버스막기)'이 나왔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가 끝난 뒤 서울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구단 버스가 나오는 주차장 출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팬들은 버스의 모습이 보이자 일제히 김기동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버스의 진입로를 가로막았다.


서울 팬들은 "김기동 나와!"를 외치며 김 감독이 버스에서 나올 때까지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많은 팬들이 기성용의 유니폼과 김 감독의 퇴출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 등을 손에 쥔 채 버스 앞에 섰다.
서울의 유성한 단장과 미디어 담당자 등 구단 관계자들이 확성기 마이크를 잡고 팬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한번 끓어오른 팬들의 분노는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날 서울은 주장 린가드를 비롯해 루카스, 둑스, 그리고 클리말라까지 '외인 사총사'의 활약에 힘입어 포항을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서울이 홈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지난 3월29일 대구FC와의 경기에서 1-2로 끌려가다 3-2로 스코어를 뒤집은 경기 후 꼭 3개월 만이다. 서울은 포항전 승리로 리그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서울 팬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구단 레전드 기성용의 깜짝 방출 소식 때문.


서울은 지난 25일 기성용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기성용은 서울을 떠나 포항에 입단할 예정이다.
포항 사령탑 박태하 감독은 서울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을 영입하게 된 과정을 돌아보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에이전트와 통화 도중 기성용 선수가 서울에서 나오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3선에 고민이 많았지만 영입 계획은 없었는데, 기성용이라는 선수를 영입할 기회가 있다고 듣자마자 (기성용 영입을) 타진했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팬들은 계약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레전드와 결별하기로 한 서울의 결정에 분노를 표했다. 서울 팬들이 기성용 소식에 더욱 분노한 이유는 서울이 과거 박주영부터 이청용, 오스마르, 고요한 등 서울을 대표했던 선수들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레전드들에 대한 대우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한 서울 팬은 포항전에 앞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대표하는 장소인 북측광장에서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고, 서울 공식 서포터즈 수호신은 경기 전부터 응원 보이콧을 예고했다. 경기장에 들어온 팬들도 김기동 감독과 서울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걸개를 들고 김 감독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것이 '버막'으로 이어졌다.
서울 팬들은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버스 경로에 서서 구단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주차장 출구에서 나오자 일제히 버스 앞으로 향했다. 팬들과 서울 구단 버스의 대치 상황은 김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와 팬들 앞에 설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서울은 이틀 뒤 팬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약속했다.
한동안 버스 안에서 머무르다 내려와 확성기 마이크를 잡은 김 감독은 팬들에게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틀 뒤 간담회를 통해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