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하필이면 주차장에 둥지를"…가슴 졸이며 지켜봤으나
연합뉴스
입력 2025-06-16 06:30:02 수정 2025-06-16 09:06:45
꼬마물떼새 둥지 2번 모두 실패…포란 기간 알 사라졌으나 원인 알 수 없어


자갈이 깔린 임시 주차장의 꼬마물떼새 둥지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봄이면 찾아오는 꼬마물떼새(이하 '꼬물') 부부가 드문드문 자갈이 깔린 관광지 주차장에 둥지를 틀어 알을 낳은 뒤 부화를 위한 포란에 들어갔다.

강원 강릉시의 한 관광지 체험센터 앞 임시 주차장.

꼬물 부부가 둥지를 튼 곳은 행사가 많아 모자란 건물 내 주차장을 보완하기 위해 체험센터 앞의 논을 메꿔 쇄석을 깐 뒤 만든 드넓은 주차장 한구석이다.

도요목 물떼샛과의 꼬마물떼새는 봄에 한국에 날아와 10월까지 지내고 나서 동남아로 가는 여름 철새로 몸길이 16㎝, 날개길이 10.5∼12㎝, 꽁지 길이 5.5∼6.5㎝, 몸무게 0.03∼0.04㎏으로 매우 작은 새다.

꼬물 부부가 자갈돌을 모아 사발 모양으로 만든 둥지는 다행히 차량이 자주 드나드는 입구나 주차가 많은 주차장 한 가운데가 아닌 한 귀퉁이였다.

자갈밭 주차장에서 포란 중인 꼬마물떼새[촬영 유형재]

그러나 이곳도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이번 봄 연이어 알을 3개 낳은 꼬물 부부는 열심히 교대하며 알 품기에 들어갔다.

그러다 차량이 둥지 주변으로 오거나 인기척이 있으면 둥지에서 재빨리 멀리 벗어나 아무 일 없는 척 먹이활동을 하거나 엉뚱한 곳에서 그곳이 둥지 인양 알을 품는 행동을 했다.

작은 새의 알을 노리는 까치나 까마귀, 심지어 몸집이 비슷한 참새가 둥지 근처에 접근해도 알을 보호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또 갑자기 날개를 축 늘어뜨리거나 다리를 절뚝이는 등 특유의 의태 행동도 했다.

꼬마물떼새는 새끼나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다친 척하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유명하다.

둥지에서 교대하는 다정한 꼬마물떼새 부부[촬영 유형재]

햇볕이 쨍해 날이 매우 뜨거운 날이면 몸에 물을 묻혀와 알이 상하지 않도록 알을 품어 식히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들은 교대하며 날개를 활짝 펴 뜨거운 햇볕 아래 알을 품는 상대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해 따뜻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다행히 꼬물 부부의 포란 기간 체험센터에서는 임시 주차장이 꽉 찰 정도의 큰 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꼬물 부부의 일상은 반복됐다.

사실 이들 꼬물 부부는 이곳에서 30m 떨어진 같은 주차장의 다른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1개 낳은 뒤 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었다.

처음 둥지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알이 없어졌고 며칠 뒤 이곳으로 옮겨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은 상태였다.

부화한 3개의 알과 사라진 둥지의 알[촬영 유형재]

한 번의 실패를 딛고 아무 일 없이 부화를 위한 알 품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날 아침 3개의 알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졌다.

둥지에서 3개의 알을 발견한 뒤 10여일이 지난 뒤였다.

주변을 샅샅이 관찰했으나 꼬물 부부가 부화에 성공해 새끼를 데리고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임시 주차장 주변이 풀숲이고 갈대가 무성해 들고양이나 뱀, 혹은 까치나 까마귀가 꼬마물떼새의 알을 훔쳐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갈밭 임시 주차장에서 꼬물 부부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관찰했으나 2, 3차 번식을 위한 더 이상의 행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래밭과 자갈밭이 급속히 사라지며 매우 위험이 큰 곳까지 찾아와 둥지를 튼 꼬물 부부는 번식에 실패하며 이번 가을 강릉을 찾아왔을 때처럼 새끼 없이 동남아로 쓸쓸한 귀향을 하게 됐다.

포란을 위해 교대하는 꼬마물떼새 부부[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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