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6월 13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의 공식 모딩 툴인 ‘인조이 모드 킷(inZOI ModKit)’을 정식 출시했다. 유저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며, 인조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이번 툴은 단순한 외형 에디터 수준에 머물렀던 ‘심즈’와는 구조부터 다르다.

인조이 모드 킷은 게임 내에서 텍스처를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3D 에셋 자체를 새로 만들고 적용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마야(Maya), 블렌더(Blender) 전용 플러그인을 공식 지원하는 것도 큰 차이다. 이 말은 즉, 의상이나 가구를 ‘리쉐이딩’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델링부터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제작된 모드는 모딩 전문 플랫폼인 커스포지(CurseForge)를 통해 유통되며, 별도로 파일을 저장해 외부 공유도 가능하다.

심즈의 ‘크리에이트 어 스타일’이나 ‘심즈4 모드 지원’이 여전히 비공식 커뮤니티에 의존하고 있으며, 스크립트 수정도 제한적인 것과 달리, 인조이는 연말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스크립트 편집 및 로컬라이징 기능까지 열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꾸미기나 애드온 수준이 아니라, 상호작용 기능을 포함한 완전한 콘텐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인조이가 단순한 생활 시뮬레이터에서 ‘가상 세계 창작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이다.

3단계에 걸친 로드맵, 그리고 3D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6월 업데이트에서 첫선을 보인 인조이 모드 킷은 의상 세트와 가구 모딩, 게임 데이터 편집 기능이 중심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9월에는 캐릭터 외형과 건축 요소, 그리고 ‘상호작용 콘텐츠’까지 모딩이 확장된다. 12월에는 사용자 스크립트와 현지화 기능까지 추가된다. 크래프톤이 진정으로 ‘게임을 뜯어고치는’ 수준의 유저 창작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크래프톤은 글로벌 모드 공모전 2건도 이달 안에 개시한다. 커스포지와 함께하는 ‘더 넥스트 탑 모더(The Next Top Modder)’ 해커톤에서는 총상금 1,500만 원 규모의 모딩 경연이 펼쳐지며, 수상자는 자신의 모드가 공식 게임 콘텐츠로 채택될 기회까지 얻게 된다. 의상, 가구, 커뮤니티 인기, 모드 제출량 등 다양한 부문이 마련됐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패션 플랫폼과의 협업이다. 클로버추얼패션의 ‘커넥트(CONNECT)’와 함께하는 의상 디자인 콘테스트는 단순한 게임 속 의상 공모전이 아니다. 총 3,600만 원 규모의 상금과 함께, 가상의 패션 산업과 게임 콘텐츠를 연결하는 실험적 시도다. 특히 ‘엉뚱하고 기발한’ 테마나 ‘판타지 콘셉트 의상’ 부문은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의 감각을 시험할 무대가 될 것이다.

심즈가 유저 모드에 대해 제한적 지원에 머물렀다면, 인조이는 처음부터 크리에이터를 염두에 두고 툴을 열었다. 마치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의 입문 버전처럼, 전문 도구를 내세운 점도 남다르다. 에디터가 아닌 제작 툴, 유저가 만든 콘텐츠가 끝내 ‘공식 콘텐츠’가 되는 구조. 인조이의 행보가 단순한 유행 이상의 게임 생태계 실험으로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