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전세계에서 6번째로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이라크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 이라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19분 김진규(전북 현대)의 선제 결승포, 후반 32분 오현규(헹크)의 쐐기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5승 4무(승점 17)를 기록, B조 1위를 유지하면서 오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B조 예선 최종 10차전 홈 경기와 관계 없이 B조 6개국 중 상위 두 팀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라크는 3승 3무 3패(승점 12)가 되면서 같은 날 오만을 3-0으로 완파한 요르단(승점 16)에 이어 B조 3위를 지켰다.
한국이 이라크를 누르면서 같은 조 요르단도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B조 3~4위는 4차예선에 진출해 오는 10월 중립지역에서 A조 및 C조 1~2위 등 총 6개국이 모여 3개국씩 두 조로 나뉜 뒤 2.5장의 월드컵 본선 티켓을 다시 다툰다. B조에선 승점 10을 기록 중인 오만이 4위를 달리면서 이라크와 함께 4차예선에 갈 확률이 매우 높다.
이날 이라크전과 10일 쿠웨이트전 중 한 경기만 비겨도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한국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주장 손흥민을 명단에서 제외하며 에이스 없이 90분 결전에 임했다. 홍 감독은 이라크 원정 앞두고 발 부상으로 재활 중인 손흥민을 무리해서 뛰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었다.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이태석, 황인범, 박용우, 오세훈, 이재성, 황희찬, 조유민, 이강인, 권경원, 설영우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김동현, 조현택, 김주성, 박진섭, 문선민, 이창근, 김진규, 최준, 이한범, 양현준, 오현규, 전진우가 벤치에 앉았다.
한국전 앞두고 이라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호주 출신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은 잘랄 하산을 문지기로 세웠으며, 자이드 타신, 레빈 술라카, 이브라힘 바예시, 후세인 알리, 메르차스 도스키, 아미르 알 아마리, 오사마 라시드, 유세프 아이만, 알리 알 하마디, 알리 자심 등으로 10명의 필드플레이어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지난해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등 여러 차례 한국과 A매치를 지휘, 태극전사를 잘 아는 아널드 감독은 초반부터 이라크 선수들에게 강한 압박을 주문해 원정팀을 곤욕스럽게 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라크 선수 한 명이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한국은 예상치 못한 수적 우세를 점했다.
전반 24분 알 하마디가 조유민과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발을 높게 들어 조유민 가격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기 때문이다.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알 하마디 퇴장이 선언됐다.
이후 한국은 볼점유율을 높이면서 이라크를 압박했다.
공격수들의 골결정력이 좋지 않아 전반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 31분엔 황인범의 코너킥으로 시작된 세트피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홀로 서 있던 황희찬에게 연결되면서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황희찬의 왼발 슛이 골대 옆그물을 출렁이면서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반 36분엔 이강인의 휘어져 들어가는 날카로운 왼발 코너킥을 이재성이 골문 앞에서 머리로 받아넣었으나 볼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0-0 상황이 이어졌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이강인의 왼발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땅을 쳤다.
전반 종료 휘슬 직전에 시도한 박용우의 묵직한 오른발 중거리슛은 하산이 쳐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빼고 김진규를 집어넣었다. 이어 스트라이커 오세훈, 윙어 문선민도 후반 15분과 16분에 각각 투입했다. 홍 감독의 용병술은 효과를 봤다. 후반 18분 문선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올린 긴 크로스가 설영우와 이강인을 거쳐 김진규에 닿았다. 김진규의 오른발 슛이 골망을 출렁이며 선제골로 완성됐다.
한국은 이후에도 최근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드러내고 있는 전북 공격수 전진우를 이재성 대신 집어넣는 등 추가골에 전력을 다했다.
후반 37분 결실을 맺었다. 황인범의 하프라인 부근 전진패스를 전진우가 잡아 빠르게 쇄도하더니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짧고 간결한 패스를 연결했다. 오현규가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2-0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한 방을 터트렸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지난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40년간 11차례 월드컵 본선에 모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세계적인 축구 강국에 이어 6번째로 11회 월드컵 연속 본선행을 이뤘다.
태극전사는 이라크전 직후 곧바로 전세기를 타고 6일 오후에 귀국한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10일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홈 경기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