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국가 동원한 절충안… 제안 문구 모호하고 이스라엘 강한 반발 예상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이 자체 핵농축을 포기한다면 지역 국가들의 '핵물질 농축' 컨소시엄에 참여토록 해주겠다는 미국 측 제안에 대해 이란 측이 자국 영토 내에서 컨소시엄이 가동된다면 이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3일(현지시간) 밝혀 주목된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란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만약 컨소시엄 운영이 이란 영토 내에서 이뤄진다면,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만약 국경 밖에 두는 것이라면 실패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측의 이런 반응은 자국 내 핵물질 농축이 계속돼야 한다는 자국의 입장과 이란의 핵물질 농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문제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달 31일 이란 측에 제시한 '핵물질 농축 컨소시엄' 구상에 대해, 이란이 이를 즉각 거부하지 않고 세부 사항에 대한 협상을 이어갈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악시오스는 이달 2일 이 구상의 내용을 처음으로 상세히 보도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컨소시엄 참여국으로는 미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이 거론되며, 튀르키예가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이 컨소시엄은 우라늄 235 등 핵물질을 농축해 원자력발전소 등에 쓸 수 있는 저농축 핵연료를 생산해 참여 국가들에게 공급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게 된다.

미국은 이를 통해 이란이 자체적 핵물질 농축 계획을 통해 준(準)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대규모로 생산해 온 최근 행보에 제동을 걸고 이를 원자력발전 등 비군사적 목적의 범위 내로 제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 컨소시엄의 구성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이란이 지하 핵시설은 가동을 중단하고 지상 시설은 원자력발전소용 핵연료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가동을 제한토록 요구하고 있다.
컨소시엄의 시설이나 사무실 위치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으나, 미국은 이란 영토 내에 컨소시엄을 두는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만과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페르시아만의 섬에 컨소시엄을 두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만약 이란 측이 이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면 자국령인 키시 혹은 케슘 섬을 위치로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란의 핵농축 시설들은 내륙 깊숙한 지역의 지하에 있으므로 국제사회의 접근과 감시가 어렵지만, 이 섬들은 그렇지 않다.
이런 방안이 성사될 경우 미국은 이란의 핵농축 계획을 중단시키고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도록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으며, 이 지역 국가들 사이의 핵물질 농축 경쟁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이란은 자국 영토 내에서 핵농축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중이라는 명분과 함께 경제 제재 해제 등 실익도 함께 챙길 수 있게 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문제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그러나 당사국들이 개념에 동의하더라도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며 "또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제로 가동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므로 임시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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