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확실] '정치 출발점' 성남 주민교회 "시대적 사명 해결 기대"
연합뉴스
입력 2025-06-04 01:05:02 수정 2025-06-04 01:05:02
21년 전 시립병원 설립운동 주도하다 기도실 은신하며 정치 결심
이해학 원로목사 "평화 물꼬 트는, K-경제 되살리는 대통령 돼주길"


2일 성남 주민교회에서 만난 이재명(오른쪽) 후보와 이해학 원로목사[이해학 목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우리(성남주민) 교회는 꼴찌·꼴통 공동체였습니다.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피난 와서 쉬었다 기운을 회복해 나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을 하다가 경찰 수배받아 쫓기던 이재명도 그랬죠."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시의회 건물이 있던 자리에 건립된 성남시의료원 바로 앞에 성남 주민교회를 세운 창립자인 이해학(80) 원로목사는 4일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후보와의 인연을 이같이 떠올렸다.

성남 주민교회는 성남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후보와 사연이 깊은 곳이다.

2003년 말 성남 구시가지 종합병원 두 곳이 동시에 폐업하자 이 후보는 성남시민 20만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성남시립병원 설립 조례안이 상정되도록 했는데,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는 이를 47초 만에 부결시켰다.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던 이 후보는 시민과 거세게 항의하다 특수공무방해죄로 수배됐고, 그때 숨었던 곳이 시의회 건물 맞은편의 주민교회였다.

정치 뜻 세웠던 곳에서 마지막 대국민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후보(성남=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2 superdoo82@yna.co.kr

이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이곳 교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은 시민운동가 이재명이 사회변화를 일군 곳"이라며 "저의 정치적 고향 성남에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열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 성남시청 앞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며 "기득권자들이 좌절시킨 시립 공공병원의 꿈을 성남시장이 돼서라도 이뤄보고자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당시 주민교회는 성남지역 빈민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중심으로 이 담임목사가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이 목사는 "1970~80년대 노동운동·학생운동을 하다가 쫓겨서, 빈민들은 문제가 생겨서 우리 교회에 숨어 지내다 가곤 했다"며 "2004년 3월 이재명 시민단체 대표가 성남시의료원을 세우자고 주장하다가 경찰에 쫓기게 됐고, 우리 교회 지하기도실로 숨어들었다"고 21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그때 여기서 정치를 해야겠다. 시장이 돼야겠다. 그런 결심을 해 우리 교회가 그의 정치적 출발지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정치 뜻 세웠던 곳에서 마지막 대국민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후보(성남=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2 superdoo82@yna.co.kr

그 뒤에도 여러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 후보와 만나 교류했고, 협력하는 관계였다고 회고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1990년 베를린에 가서 남북해외통일회담을 하고 돌아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고 있을 때 나를 변호해준 분이 이재명 변호사였다"며 "나에겐 은인 중 한 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좋은 관계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 후보와) 부닥친 것도, 결이 다른 것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해학 목사가 이재명의 멘토'라는 얘기가 있는데 아니다. 이재명을 키운 건 성남시와 성남에서 함께 시민운동을 하며 어우러졌던 시민들이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후보를 어떤 사안이 있으면 무엇이 문제가 될지 포착을 잘하고 새로운 대안을 많이 내는 시민운동가이자 행정가로 기억했다.

어떤 사안에 누구보다 순발력 있게 문제를 제기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랐다고 했다.

2일 성남 주민교회에서 만난 이재명(왼쪽) 후보와 이해학 원로목사[이해학 목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컨대 대한송유관공사가 1990년대 후반 성남시 판교 주변에 대규모 저유소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밀어붙여 문제가 됐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울산에서부터 성남까지 송유관을 설치해 기름 창고를 만들겠다는 건데 혹여나 폭발이 일어나면 주변이 불바다로 변해 폐허가 될 테고, 적의 최우선 공격 목표가 되는 시설인데도 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렀다고 한다.

이 목사는 "당시 이 변호사가 환경문제를 비롯해 여러 조언을 하며 저유소 설치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해 상당한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주민교회를 찾았을 때 어떤 덕담을 건넸는지 묻자 이 목사는 "옛날엔 우리 교회에 경찰 정보원들이 득실거려 교인들이 무서워 못 들어왔는데, 오늘은 기자들이 잔뜩 와서 못 들어왔다. 이렇게 관심의 초점을 바꿔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 후보는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드는 능력을 키워온 지도자"라며 "몸통이란 우리 민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적 사명이다. 전쟁 없이 평화통일의 물꼬를 트는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K-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고용이 활발해져 일하는 사람이 늘고 소비가 활발해지는 선순환 경제로 빨리 전환돼야 한다. 이런 경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대통령이 돼 달라"고 말했다.

성남 주민교회 앞 대형 현수막[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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