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확실] 한중관계 본격 해빙 맞나…개선 흐름 '탄력' 예상
연합뉴스
입력 2025-06-04 00:26:32 수정 2025-06-04 16:44:57
'국익 중심 실용 외교' 기반으로 한중관계 안정적 관리 추구
미중경쟁 속 전략공간은 축소…'안미경중' 같은 균형점 찾기 어려워


새로운 대한민국 약속하는 이재명 후보(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에서 이 후보의 '빛의 혁명' 완성을 위한 승리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6.2 superdoo82@yna.co.kr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권수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한동안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본격적인 개선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년간 냉각기를 보낸 한중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이 한국을 비자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 조금씩 풀려가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천명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최근 양국 간 우호적 기류 형성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이 후보가 향후 실용외교 기조 아래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을 양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 접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서울=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2025.2.7 [국회의장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실용외교' 내건 새 정부…한중관계 개선국면 진입하나

이 후보는 외교·안보 분야 공약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요 무역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지난 정부 최악의 상태에 이른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27일 TV 토론에서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도외시하면 안 된다. 지금처럼 불필요하게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라고도 했다.

미국·일본과의 협력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평가받는 직전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주변 다른 강대국과의 관계에 부담을 줬다고 보고 중국·러시아 등 그간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후보의 이러한 구상은 최근 한국에 우호 신호를 보내는 중국과 본격적 해빙 무드로 나아가는 데에 발판이 될 수 있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는 문재인 정부 때 일부 봉합되는 듯했으나 '사드 3불'(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 입장으로 또 다른 논란을 낳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미국·일본과 결속으로 한층 더 냉각됐다.

하지만 대(對)중국 강경책을 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중국은 주변국이자 미국 동맹인 한국을 향해 적극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작년 11월 한국을 무비자 입국 대상에 포함했고, 같은 달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는 2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도 이뤄졌다.

올해 2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계엄·탄핵 정국 속에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정상급으로 예우하면서 올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을 고려 중이라는 뜻도 밝혔다. 시 주석은 또한 양국 문화교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언급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 기대감도 커졌다.

한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적 통상정책과 거래주의적 동맹관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 회복으로 외교안보 전략적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더 커졌고, 특히 중국은 주변국 관계 안정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한중이 이익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한중 양국은 또한 북한·러시아의 밀착 흐름 속에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도 접점이 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객좌교수는 북러 밀착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이 "종전처럼 북한 우호적인 정책을 지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즉 한반도에서 남북한에 균형 잡힌 외교를 하려 할 것이고 이 역시 우리가 움직일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 사드 갈등(CG)[연합뉴스TV 제공]

◇ 외교정책 무게중심 변화할까…한미동맹과 병행 '난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전 정부에서 미국 쪽으로 확연히 쏠렸던 외교정책 무게중심의 변화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이 후보가 외교정책의 방점을 한미동맹에 뒀다는 점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외교안보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재명의 실용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고 했고, 다음날 TV 토론 때도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보수 일각에서 제기된 '친중' 의혹을 반박하는 동시에 이 후보의 동맹관과 안보관에 대한 미국 측 우려를 불식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 협정을 맺은 것을 중국이 자국 압박 카드로 보고 마음을 닫았던 분위기는 새 정부에서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외교에서 한미동맹이 근간이라는 것은 분명하므로 (새 정부의 외교정책이) 구조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후보가 실용외교를 표방했지만 과거 민주당 정부 성향과 이 후보의 이전 입장 등으로 볼 때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이 중국·북한과의 화해를 옹호하고, 일본을 상대로는 민족주의적 적대감을 드러내며,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독립을 더 강조해온 이전 입장에서 실제로 벗어날 것인지에 대해 회의론이 크다"고 말했다.

1980년대 한국과 일본을 취재한 언론인 출신인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동아시아학 강사도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에 맞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그는 다만 이 후보가 공공연하게 친중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일부 미국 정책입안자들의 우려는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이 후보의 실용외교 정책이 선거 전략상의 일시적인 '우클릭'이 아니라 전략적 재조정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외교관은 중국의 공세적 행태와 미국에 대한 의구심, 북러 밀착 등에 따라 이 후보가 이전에 보인 입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한국 정치 전문가인 다시 드로트-베이하레즈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경쟁 심화와 중국의 경제적 강압 등 전략적 환경 변화로 한국의 진보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정책 방향이 보다 실용적이고 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미국과 안보 면에서,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방식의 접근이 가능했으나, 트럼프 집권 1기 이후 미중 전략 경쟁과 2016년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 등을 경험하면서 당파적 성향과 관계 없이 미중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 정책입안자가 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후보가 내세운 실용외교에 따라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을 양립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억제를 최우선 안보 전략으로 설정하고 관련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한미군 태세 조정을 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안미경중'을 추구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드로트-베이하레즈 연구원은 "중요기술이나 공급망, 인프라 개발 등과 같은 영역에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안미경중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슬로건은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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