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시즌 종료 직후 떠난 아시아 투어에서도 논란과 실망을 자초했다.
상처뿐인 시즌 마무리에 더해, 팀의 상징적 레전드인 데이비드 베컴까지 나서 현역 선수들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구단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직후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곧장 말레이시아와 홍콩으로 향하는 아시아 투어에 돌입했다.
두 차례의 친선 경기를 통해 팬들과의 교감을 강화하고 동시에 재정적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성과보다는 오히려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귀결됐다.
이번 투어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토트넘에 패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무산된 직후 시작됐다. 팬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선수단은 상업적 일정을 수행하면서 극도의 피로감과 심리적 압박 속에서 투어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홍콩 현지에서 벌어진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연일 언론의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커졌다.


대표적으로 윙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자신을 촬영하던 팬을 손으로 밀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며 비난을 받았다.
아마드 디알로 역시 호텔 앞에서 자신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해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아마드는 사건 직후 "악의적인 사람에게 대응한 것이었으며, 상처를 입힌 분들에게는 사과한다"는 입장을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맨유 레전드이자 현재 'CBS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베컴은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맨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며 "경기장 내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나는 팬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들을 너무 많이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맨유의 엠블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유럽이든 아시아든, 우리는 팬들에게 경의와 존중을 표했다. 그들은 우리를 보기 위해 돈을 쓰고, 사인과 사진을 원한다.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맨유는 이번 투어 첫 경기에서 김상식 감독이 이끈 동남아시아 올스타팀에 0-1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고, 경기 종료 후 현지 팬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경기 외적인 잡음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투어가 사실상 상업 수익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였다"고 전하며, 선수단 일부가 경기 직후 회복 없이 즉시 스폰서 행사 참석을 위해 인도 뭄바이로 출국한 사실도 전했다.
안드레 오나나, 해리 매과이어, 디오고 달롯 등이 경기를 마친 직후 공항으로 직행했으며, 그 외 일부 선수들은 경기 종료 직후 클럽에서 포착되는 등 전반적으로 집중력과 기강이 해이해진 모습도 목격됐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킥보드를 타려다 돈이 없어 실패하고, 룸서비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다며 야식 구매에 나섰다는 등 사소한 일화들이 현지 언론에 의해 보도되며 "전문성 없는 투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가르나초는 경기 후 상대 주장인 아구에로(아르헨티나 출신 말레이시아 귀화 선수)에게 유니폼을 건네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유니폼 담당자가 대신 전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매체에 따르면, 맨유는 이번 아시아 투어를 통해 약 1000만 파운드(약 186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 금액은 티켓 판매와 무관한 보장 수익으로 추산된다. 이는 말레이시아항공, 타이거 맥주, 아폴로 타이어 등 아시아권 주요 스폰서들과의 계약 이행을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아시아 투어 당시와 비교하면, 팬들의 반응과 현장 열기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당시에는 경기장에 8만5천여 명의 관중이 몰렸지만, 이번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번 투어는 결과와 과정 모두에서 맨유의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베컴의 말처럼, 자부심과 책임감을 잃은 선수들의 모습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상업적 성과조차 의문 부호를 남겼다.
구단이 다시 한 번 빅클럽에 걸맞은 명예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성적 이상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더 선/X 캡처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