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동북아에 드리운 新냉전의 그림자
연합뉴스
입력 2025-06-02 14:59:51 수정 2025-06-02 14:59:51


시진핑 중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20세기 냉전은 미국과 소련 양국이 세계를 둘로 쪼갠 시기였다. 동북아 냉전의 정점은 한국전쟁(1950∼53)과 베트남전(1955∼75)이었다. 북위 38도선과 17도선을 경계로 미·소 양 진영이 대치하는 최전선이 됐다. 결국 한반도는 분단됐고,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미국은 동북아 전선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반면에 소련은 공산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북한에 군사·산업 지원을 제공했다.


이러한 냉전 구도가 재현되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방비는 2000년 222억 달러에서 2023년 2천964억 달러로 13배 늘었다. 인민해방군은 대만 주변에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2024년 5월 기준으로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수백 회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및 출격을 보고한 바 있다. 대만해협 폭 180km 구간에서 미·중 양측 군함과 전투기가 대치 중이다. 대만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54%를 점유하며 애플·엔비디아의 핵심 칩을 생산한다. 이곳이 봉쇄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된다. 단순한 영토분쟁이 아닌 경제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미·중 패권 경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다. 트럼프 1기 집권기 무역전쟁 이후 미·중 교역량은 감소했다. 미국은 화웨이·ZTE 등 중국 주요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중국 기업들(반도체·인공지능·군수 등)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BYD·샤오미 등 자국 전기차와 정보기술(IT)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대규모 보조금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다. 양국 모두 상대방과의 의존도를 줄이는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해협·남중국해·한반도 근해 등 동북아 3개 해역에서 군사적 긴장도 지속되고 있다. 전면전은 피하더라도 국지적 충돌과 경제 블록화 가능성은 당분간 상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미군의 재편을 검토 중이다.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려면 아시아 지역 동맹국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일은 일본 주둔 미군기지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소폭 인상한 바 있다. 한·미 양국도 방위비 분담금을 2021년 약 11억 달러에서 약 13억 달러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동맹국 역할을 부각했다. 한국과 일본에 분담금·국방비 추가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 한국은 불가측한 도전에 직면한 형국이다. 미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과 함께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구도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긴박한 환경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외교안보 분야에서 명확한 로드맵을 정립해야 한다. 대중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베트남·멕시코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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