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의 창단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역사적 쾌거가 프랑스 전역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이강인은 경기 출전 없이 또 한 번 존재감을 발휘했다.
PSG는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프랑스에 귀국한 뒤 파리 중심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대통령 사무실 '엘리제궁'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직접 환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PSG는 지난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을 상대로 5-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했다.
이는 PSG가 1970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럽 정상을 차지한 역사적 순간으로, 이미 프랑스 리그1, 쿠프 드 프랑스, 트로페 데 샹피옹을 휩쓴 PSG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4관왕을 완성했다. 슈퍼컵 성격의 이벤트 대회인 트로페 데 샹피옹을 빼고도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을 일궈냈다.

결승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이강인은 벤치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봤지만, 팀이 마련한 모든 공식 행사에서 중심적인 인물로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우승 세리머니와 각종 단체 사진에서 중앙에 자리 잡은 이강인의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과거 이탈리아 공격수 필리포 인자기를 빗대어 '인자기급 위치 선정'이라는 농담 섞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강인은 시즌 내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여를 해왔으며, 이강인을 중심으로 찍힌 공식 사진에서도 동료 선수들은 이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후 PSG 선수단은 우승 직후 전용기를 타고 파리로 복귀해, 당일 오후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일대를 지나는 카퍼레이드를 통해 약 11만명의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지붕이 없는 오픈톱 버스에 오른 선수들은 트로피를 들고 클럽 응원가를 부르며 거리를 가득 메운 팬들의 열렬한 환호에 화답했다.


이어 PSG 선수단은 엘리제궁으로 초대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로부터 직접 축하를 받았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선수단을 환대하며 "여러분은 챔피언이며, 파리를 유럽 축구의 중심에 올려놨다"고 극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이번 우승 축하행사에서 이례적으로 아내 브리지트 여사를 자신의 옆으로 부르며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친근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매체는 "현장에 있던 PSG 회장 나세르 알 켈라이피 역시 브리지트 여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축제 분위기기를 고조시켰다"고 덧붙였다.
해당 장면이 담긴 PSG공식 사진에서도 이강인은 마크롱 대통령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시 한 번 '위치 선정' 능력을 보여준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이후 홈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로 이동해 약 4만9000명의 팬과 함께한 공식 우승 파티에도 참석했다.
환호성과 불꽃놀이가 터지는 가운데 이강인은 팀 동료들과 함께 트로피를 다시 한 번 들어올리며 우승의 여운을 즐겼다.
선수들의 각자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으며, 이강인 역시 비록 해당 대회에서 많은 기여를 하지 못했지만 팬들은 그를 팀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하는 듯한 응원을 보내줬다.
그러나 환희 속에서도 그림자는 있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PSG의 우승을 자축하는 과정에서 각종 폭력과 사고가 발생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우승 직후 발생한 전국적 폭동으로 인해 총 559명이 체포됐고, 이 중 파리에서만 491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또 샹젤리제 거리 인근에서는 폭죽과 돌을 던진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물대포까지 사용해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폭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한편, 이강인은 최근 이적설에 휘말려 있다.
소속팀에서 입지를 제대로 잃은 이강인은 지난 5월 초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PSG 관련 태그를 삭제하며 이적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시즌 초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이강인은 중후반기부터 기용 빈도가 다소 줄었고, 이는 자연스레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강인에게 이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값진 결과물이다. 한국 선수는 물론 아시아 선수로서도 최초로 유럽 4관왕을 달성한 이강인은 이미 커리어 측면에서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긴 셈이다.
사진=연합뉴스/데일리 메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