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K-종이접기 축제' 숨은 공로자 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
종이문화재단 일본중앙지부장 맡아 한국 종이접기 전파에 앞장
종이문화재단 일본중앙지부장 맡아 한국 종이접기 전파에 앞장

(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본에서 나고 자라 모국과의 연결고리가 약한 재일동포 차세대에게 종이접기는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인성을 키우는데 가장 적합합니다. 수업에 적극 도입했고 더 많이 알리려고 축제도 열게 됐습니다."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과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열고 있는 'K-종이접기 축제 한마당'의 숨은 공로자로 모두가 추천하는 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의 또 다른 직함은 'K-종이접기 일본 전도사'다.
그의 명함에는 종이문화재단 일본중앙지부장이란 직함도 들어있다.
대구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1999년 동경한국학교 초빙교사로 부임한 그는 2005년 모국의 재외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에 참가해 종이문화재단의 종이접기 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 교감은 "당시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이 특강에서 'K-종이접기 부활 및 재창조 운동'을 펼친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져 일본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 싶었다"고 이 일에 빠져들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의 종이접기를 전하는 이가 없었기에 종이접기를 배웠다고 하면 모두 일본의 '오리가미'(折紙·Origami)를 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고.
우선 동경한국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종이접기 써클을 만든 그는 이 써클을 20년째 지도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동경한국학교 부설 토요학교(한글학교)의 교감으로서 한글학교 수업에도 도입하는 한편 학교의 다양한 학생 캠프, 축제나 행사 등에도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
더 체계적으로 전파하려면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2014년 재단의 일본 첫 지부를 도쿄에 창설했고 지금은 일본중앙지부장을 맡고 있다.
이 교감의 노력과 종이문화재단의 전폭적인 후원 덕분에 일본에서 K-종이접기 강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했고,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져 최근에는 한국 종이접기를 배우는 일본인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오리가미를 배웠던 일본인들이 K-종이접기를 접하면 제일 먼저 '참신하다' '신선하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한다"며 "오리가미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듣기에 전망이 밝다"고 확신했다.
일본의 오리가미는 모든 실생활에 스며들어 있다는 게 이 교감의 전언. 가정의 식탁뿐만 아니라 식당 테이블의 종이 받침 하나에도 오리가미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 나이를 먹어서도 오리가미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교감은 "K-종이접기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큰 게 사실이지만 일상의 취미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보급하고 전파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생활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꼽는 K-종이접기의 매력은 '자율성'과 '창의성'이다.
이 교감은 "한국의 종이접기는 살아 숨 쉬면서 계속 진화하는 게 매력"이라며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과 달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재창조하는 것에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0년 전 제1회 'K-종이접기 축제'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큰 성과라는 이 교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종이접기 강사를 많이 배출했고 이들에 의해서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로 전파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감은 최근 한일문화예술교류협회 이사장을 맡아 양국 문화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양국 문화 교류는 일방이 아니라 쌍방으로 흘러야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 것을 전하는 것 못지않게 상대방의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종이문화재단 지부 외에 조만간 다른 대도시에도 지부가 생기도록 힘껏 도울 계획인 그는 "일본 주요 도시마다 K-종이접기를 전파하는 거점이 생기도록 축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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