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우승 직후 나온 '뜬금 이적설'은 다소 예의가 없다.
손흥민이 다시 한 번 사우디아라비아 '오일 머니' 이적설에 휩싸였다.
이번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리야드 연고 알 나스르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호날두가 이적할 경우 손흥민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29일(현지시간) "손흥민이 사우디 클럽들의 영입 대상이 되고 있다"며 "토트넘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여름 거액의 제안이 들어오면 구단이 손흥민의 이적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을 원하는 팀 1순위로 알 나스르를 특정했다.
알 나스르는 호날두 외에 2022년 발롱도르 2위를 차지했던 사디오 마네도 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명문 구단이다. 지난 4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4강에 올랐으나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충격패하고 탈락했다. 올해 40살 호날두도 무득점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알 나스르가 손흥민을 원하는 이유는 호날두 뒤 이을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해서다.

신문은 "알 나스르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사우디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우디 클럽들은 손흥민을 호날두의 대체 선수로 지목했다"며 "사우디 클럽 고위층들은 손흥민이 동아시아 팬들에게 사우디 리그를 알릴 수 있다. 손흥민은 한국에서 '국민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 나스르는 지난 2023년 1월 호날두를 연봉 2억 유로(약 2800억원)에 데려갔던 곳이다.
당시 호날두와 2년 6개월 계약을 했고 만료가 다가왔다. 호날두는 알 나스르와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알 나스르와 같은 리야드 연고 명문 구단 알 힐랄로 이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미국에서 열리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참가를 위해서다. 알 나스르는 클럽월드컵 참가 자격이 없다.
알 나스르는 손흥민 이전에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살라는 이집트 출신으로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팬들과도 보다 친숙할 수 있다.
그러나 살라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휩쓸면서 팀의 우승을 돕고 재계약을 하면서 손흥민으로 타깃을 바꾼 상황이다.

더선은 "사우디 클럽들은 애초 리버풀의 살라 영입을 노렸다"면서 "살라가 프리미어리그에 남기로 하면서 '대체 타깃'으로 손흥민에게 관심이 돌아갔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 2023-2024시즌까지 8개 시즌 연속 두 자릿 수 골을 넣으며 토트넘을 넘어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 각각 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3주간 휴식을 취하더니 지난달엔 정체 불명의 '발 부상'을 당해 한 달간 쉬었다.
이 달 중순 두 차례 프리미어리그 경기 출격으로 복귀전을 치른 뒤 22일 벌어진 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 후반 교체로 들어가 토트넘의 1-0 승리에 보탬이 됐다.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인 탓에 트로피를 직접 들어올리며 지난 10년간 토트넘에 헌신하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트로피 획득의 한을 풀어냈다.
토트넘 구단은 우승 직후 열린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과의 홈 경기 직후엔 역대 토트넘 레전드들을 불러 함께 기념촬영을 하도록 하는 등 '21세기 최고의 전설' 대우를 톡톡히 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토트넘도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하면서 손흥민에 대한 거취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공식전 46경기(EPL 30경기 7골·유로파리그 10경기 3골·리그컵 4경기 1골·FA컵 2경기 0골)에 출전해 11골 12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토트넘 입장에선 손흥민이 중동에 거액의 이적료를 남기고 간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전망이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챔피언스리그 참가에 따른 거액의 상금이 예상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선수 이적을 통한 자금 확충 역시 필요하다. 토트넘 역시 최근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나서 33살 손흥민의 이적료로 500억원 이상을 내놓는다면 토트넘 입장에서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유럽 내에서 이적할 경우 200억원 이상의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선은 "손흥민은 토트넘의 핵심 멤버였고, 꾸준히 득점과 도움을 따냈지만 이번 시즌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부진했다"며 "토트넘은 수익성이 뛰어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음에도 손흥민의 이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이적료는 새로운 선수 영입을 위한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흥민은 전성기였던 2년 전엔 알 이티하드의 4년 총액 2400억원 제의를 거절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금액이 제안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손흥민의 결정이 궁금하게 됐다. 손흥민이 결심하면 중동행은 일사천리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축구인생 숙원이었던 우승컵을 그 것도 주장으로 번쩍 들어올린 손흥민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토트넘 레전드 역할을 이어갈까, 사우디에서 그간 손에 쥐지 못했던 많은 돈을 쥘까.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