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에 만난 불어에 빠져 통역사로…레지옹 도뇌르 감개무량"
연합뉴스
입력 2025-05-17 09:27:28 수정 2025-05-18 06:37:52
韓여성 최초로 佛최고훈장 오피시에장 수훈…문화교류 행사로 한불 가교 역할


인사말 하는 최정화 CICI 이사장(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5 [공동취재]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학교 2학년 때 방송국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언어를 듣게 됐어요. 용기 내서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웨어 어 유 프롬'(어느 나라에서 왔나요?)이라고 물었더니 '프랑스'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죠."

최정화(70)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겸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순간을 회고했다.

그는 이날 한국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Officier·장교)장을 받았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한불 정상회담[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 이사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프랑스어를 빼놓을 수는 없다.

1978년 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를 졸업했고, 곧장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제3대학 통역대학원(ESTI)에서 공부한 뒤 한국인 최초 국제 통역사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불 정상회담 통역을 도맡아왔고, 수십년간 두 나라의 문화 교류 사업에 힘써왔다.

1970년대 대학을 갓 졸업한 여자가 프랑스로 어학 유학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출국 전날에도 어머니가 크게 반대하면서 비행기표를 찢으려고 했다"며 "이유는 유학을 다녀오면 결혼을 늦게 하거나 프랑스인과 결혼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제가 39살에 디디에 벨투아즈와 결혼을 했으니 어머니의 '촉'이 참 좋으셨던 셈"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1987년 한국에 귀국해서는 이듬해부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통번역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통역사로서도 활발히 일해왔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국가원수 가운데 처음으로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통역사로 참여했다.

최 이사장은 "제게 프랑스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였다"며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말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감성, 전통,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말처럼 그는 통역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 교류에도 공을 들여왔다.

2003년 CICI를 만들고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를 열어왔다. CICI의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이 대표 행사다. 황동혁, 조수미 등 한국을 알린 다양한 인물에게 이 상을 수여해왔다.

한국 콘텐츠를 발굴하는 공모전도 열고 있다. 올해는 지속가능한 K-스타일 영상·소통 콘텐츠를 공모하고 있다.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을 아는 나라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한류가 세계를 휩쓸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프랑스에서 K-팝 콘서트에 갔는데 몇만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며 "그들은 무대 위의 가수를 바라봤지만, 저는 한국어로 노래하는 외국인들을 한없이 바라보게 되더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것은 22년 만이다.

2003년에도 한국 여성 최초로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Chevalier·기사)장을 받았고, 22년 만에 한 등급 높은 훈격의 오피시에장을 또다시 수훈했다.

"다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 열정적으로 일하다 보니 이렇게 훈장을 받게 되네요. 앞으로도 이 열정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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