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발매…전작의 속도감 대신 근접 전투 재미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1993년 혜성처럼 등장한 둠(DOOM)과 이듬해 나온 후속작 '둠 2'는 오늘날의 대작 1인칭 슈팅게임(FPS) 트렌드와는 대척점에 있는 존재다.
장황한 스토리나 캐릭터 서사를 최소화하고 날것 그대로의 전투에 집중한 설계, 현실성보다는 속도감을 강조한 디자인, 라이브 서비스 대신 완성도 있는 싱글플레이에 방점을 둔 '둠'의 디자인 철학은 요즘의 트리플A 게임에서 찾기 힘든 면모다.
이드 소프트웨어가 개발하고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유통하는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FPS의 근본 게임 '둠'의 DNA를 계승한 적장자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달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전작보다 묵직해진 타격감…전기톱 대신 방패 들었다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2016년 작 리부트 버전 '둠', 2020년 나온 후속작 '둠: 이터널'의 이전 시간대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의 전투는 2단 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화려한 공중 곡예에 가까웠다.
하지만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전투는 지상을 뛰어다니며 적의 공격을 쳐내고 총기 본연의 화력으로 맞서는 묵직한 힘 싸움이다.
이는 점프 자체가 없고, 시야 조절도 좌우로만 가능했던 고전 '둠'의 특징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게임의 인터페이스 역시 2016년 이후 나온 3종의 리부트 작품 중 가장 고전 '둠'과 유사하며, 제작진도 앞선 인터뷰에서 고전 '둠'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상징과도 같은 시스템은 바로 방패다.
게임 도중 적이 가하는 공격 대부분은 방패로 방어할 수 있고, 이 중 초록색으로 빛나는 '헬 서지' 공격은 정확한 타이밍에 방어하면 튕겨내 반사시킬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공격은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에 던진 볼처럼,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러 받아쳐야 하는 대상이 된다.
3인칭 액션 게임이라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설계지만, '둠' 같은 정통 1인칭 슈터에서는 보기 어려운 참신한 설계다.
이 게임의 또 다른 아이덴티티는 바로 다양한 철제 장갑, 철퇴 같은 다양한 근접 무기다.
전작에 등장하는 전기톱이나 둠 블레이드는 단순히 자원 수급용 또는 적 마무리용 무기였지만 '둠: 더 다크 에이지스'에서는 어지간한 총만큼이나 존재감이 크다.
이밖에 거대 로봇 '아틀란'에 탑승해 빌딩만 한 크기의 거인 악마와 육탄전을 펼치거나, 기계 용을 타고 악마 우주선 사이를 누비며 공중전을 벌이는 스테이지도 있다.

다만 이런 이벤트 스테이지는 시각적인 만족감은 훌륭하나, 전반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역시 주인공 '둠 슬레이어' 조작 파트만큼은 못했다.
특유의 고딕풍 SF 세계관의 방대한 맵을 탐험하며 곳곳에 있는 숨겨진 요소를 수집하는 재미도 있다.
초반에는 체험하기 어려우나, 중반부터 나오는 전장의 규모는 '시리어스 샘' 시리즈를 연상시킬 정도로 널찍하다.

◇ 느려진 페이스·스토리 전개 방식 호불호 갈릴 듯
다만 느려진 플레이어의 기동성, 패링 시스템 도입 등으로 완만해진 전투의 템포는 호불호가 갈릴 전망이다.
무기를 교체하면 생기는 딜레이는 사실상 즉발 수준이던 '둠 이터널'에 비해 상당히 느려졌다.
전작에서 사실상 '정석'으로 취급받던, 여러 종류의 무기를 빠르게 바꿔 가며 순식간에 화력을 쏟아붓는 테크닉을 봉인하는 조치다.
이는 제작진의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 무기 변경 자체를 리스크로 만든다.
또 일부 전투 구간의 경우 적의 패턴이 아케이드 게임처럼 의도가 뻔히 보이는 디자인을 택했는데, 게임 자체가 가벼워 보였다. 플레이어의 자연스러운 학습을 유도하는 '둠'의 철학과도 거리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토리텔링 방식도 다소 이질적이다.
주인공 '둠 슬레이어'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작들과 달리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천사형 외계인 '메이커'와 악마 무리,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인간 집단의 이야기가 번갈아 컷신(연출 영상)으로 나온다.
너무나 인간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이는 외계인들의 모습과 갈등 양상은 '헤일로'나 '데스티니', '매스 이펙트' 같은 SF 게임을 연상시킨다.
'둠'만의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히나, 그만큼 주인공에 대한 몰입감은 떨어져 아쉬웠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신세대 게이머는 물론 원작을 추억하는 올드 게이머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수작 FPS 반열에 오르기 충분해 보였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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