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연설 "정부군이 무기 독점 사용하겠다" 분쟁 종식 의지
美·사우디 선호 인물로 알려져…이-헤즈볼라 휴전 이행 주목
美·사우디 선호 인물로 알려져…이-헤즈볼라 휴전 이행 주목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바논의 새 대통령으로 군 참모총장 조제프 아운(61)이 선출됐다고 레바논 국영 NNA 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의회는 이날 표결에서 재적 의원 128명 중 99명의 찬성으로 아운 대통령 선출안을 의결했다. 레바논 대통령은 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간선제다.
이는 2022년 10월 말 헤즈볼라와 가까운 관계였던 미셸 아운 대통령이 6년간의 공식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신임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이 모두 아운이라는 성을 가졌지만, 혈연관계는 없다.
그간 레바논 의회는 후임을 뽑기 위해 12차례 표결을 시도했지만 정치적 분열 속에 당선자를 내지 못했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은 내전 종료 후 세력 균형을 위한 합의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권력분점 체제를 마련했다. 군 수장도 마론파 몫이다.
신임 아운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연설에서 "오늘 레바논 역사의 새 장이 시작될 것"이라며 새 총리 지명을 위해 의회가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앞으로는 레바논 정부군이 무기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임시 휴전을 이어가고 추가 충돌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17년 3월부터 군을 이끌어온 신임 아운 대통령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선호하는 인물로 알려졌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특히 그가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이후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충돌 상황을 관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11월 미국과 프랑스의 중재로 극적으로 타결된 휴전 합의를 이행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날 대통령 선출안 1차 투표에서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이 아운에게 반대하면서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확보되지 못했다.
이에 아운은 정회 때 헤즈볼라 의원들을 만났고, 곧이어 2차 투표에서 선출안이 통과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리사 존슨 주레바논 미국대사는 아운 대통령 선출에 "매우 기쁘다"는 성명을 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도 아운 대통령에 축전을 보냈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이 보도했다.
주레바논 이란대사관은 "새 대통령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레바논이 새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축하하며 "이제 개혁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의 임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새 정부가 레바논의 경제 회복과 안정, 안보, 주권을 위해 필요한 개혁을 수행할 것"이라며 "프랑스는 모든 레바논 정치 지도자와 당국자가 이런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오스만 제국 영토였던 레바논 지역을 통치한 역사가 있어 문화·정치·경제적으로 깊게 연관돼 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