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험에 이 문제를 객관식으로 냈다가는 난리가 날 수 있습니다. 딱 부러진 시간으로 환산하기에 반나절은 적절하지 않은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답이 둘 이상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간을 의미하는 일부 어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겠습니다. 하루의 밤 동안을 하룻밤이라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하루 낮은 하룻낮이라고 하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그 전제를 깔고 [한나절]로 넘어갑니다. 한나절은 하룻낮의 절반이 제1번 뜻입니다. [하루/낮/절반 = 한나절]. 이렇게 기억하면 쉽습니다. 제2번 뜻이 그러나 하룻낮과 같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전은 야속하게도(?) 하룻낮의 절반일 수도, 또 하룻낮일 수도 있다고 모순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하룻낮의 절반인 한나절을 기준으로 [반나절]은 그 한나절의 절반을 의미합니다. 반나절을 시간으로 셈하기가 모호한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계절 따라 해 떠 있는 시간이 다른 데다 한나절은 뜻이 둘이기까지 한 탓입니다.
나절은 '어느 무렵이나 동안'을 뜻하는 의존명사로도 쓰입니다. 아침 나절, 저녁 나절 하는 식입니다. [바깥채 마당의 차양 친 평상 위에는 점심 먹을 나절이라 장사꾼과 장꾼들로 붐볐다. ≪김원일, 불의 제전≫]도 대표적 용례입니다.
나절의 말뜻은 더 확장되었습니다. [일을 하기에 제법 긴 시간이나 일정한 한도 안에서 매우 오랫동안]을 뜻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세나절, 열나절 하는 겁니다. 두 단어는 사전에 표제어로도 올라가 있습니다. '벌써 세나절은 지났어.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런 문장이 가능하겠습니다. [열나절이나 스무나절이나 제 한이 차야 부스스 내려와서 몇 술을 뜨고 또 올라간대. <<현진건, 무영탑>>] 역시 사전이 소개한 좋은 예문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영수, 『우리말의 발견』, 사람in, 2023
2. 이상권, 『무지 어려운 우리말겨루기 365 言편』, 북마크, 2017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