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접종 후 수일 내 혈소판 RNA 검사로 면역 지속 기간 예측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홍역 백신은 효과가 평생 가지만 독감 백신은 몇 달 만에 약해진다. 이처럼 백신 효과가 다른 것은 혈소판 전구 세포로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거대핵세포(megakaryocyte) 작용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발리 풀렌드란 교수팀은 3일 과학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서 조류 인플루엔자(H5N1) 백신과 보조제 접종 실험 등을 통해 항체 반응 강도와 관련된 분자적 특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풀렌드 교수는 이 분자적 특징은 대부분 혈액 거대핵세포에서 형성되는 혈소판 내 작은 RNA에 반영돼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백신 접종 후 혈액 검사로 면역 지속 기간을 예측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백신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렌드 교수팀은 2022년 백신에 대한 초기 항체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보편적 특징'을 발견했으나 항체 반응의 지속성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은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건강한 지원자 50명에게 H5N1 백신과 처음에는 면역 반응을 향상하지만 그 자체로는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 보조제를 함께 투여한 뒤 100일간 12차례 혈액을 채취해 정밀 분석했다.
각 혈액 표본의 유전자, 단백질, 항체를 심층 분석한 다음 기계학습 프로그램으로 결과 데이터 세트를 평가하고 그 안에서 패턴을 찾았다.
그 결과 백신 접종 후 며칠 내 혈액에 몇 달 후의 항체 반응 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분자적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특징은 혈전을 형성하는 혈소판 내 작은 RNA 조각에 반영돼 있었다.
이 RNA 조각은 거대핵세포에서 혈소판이 분리돼 혈류로 들어갈 때 함께 떨어져 나온 것으로, 이를 통해 거대핵세포의 변화를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어 거대핵세포가 백신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쥐에게 H5N1 백신과 거대핵세포 증식을 돕는 약물(트롬보포이에틴)을 투여한 결과 약물 투여 쥐는 두 달 후 H5N1 항체 수치가 6배나 증가했다.
추가 실험에서는 활성화된 거대핵세포가 항체를 만드는 골수 세포 또는 원형질 세포의 생존을 돕는 핵심 분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계절성 인플루엔자, 황열병, 말라리아, 코로나19(COVID-19) 등 7가지 백신에 대한 244명의 반응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거대핵세포 활성화 징후인 혈소판 RNA 분자가 더 오래 지속되는 항체 생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거대핵세포가 골수에서 혈장 세포의 생존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혈소판 RNA를 통해 어떤 백신이 더 오래 지속되는지, 어떤 접종자의 면역반응이 더 오래가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풀렌드 교수는 앞으로 일부 백신이 왜 거대핵세포 활성화를 더 강하게 촉진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며 이런 연구가 거대핵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활성화하고 더 오래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Immunology, Bali Pulendran et al., 'System vaccinology analysis of predictors and mechanisms of antibody response durability to multiple vaccines in humans', http://dx.doi.org/10.1038/s41590-024-0203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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