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김상식 베트남 감독이 '제2의 박항서 신화' 작성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베트남 푸토 비엣찌에 위치한 푸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4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AFF컵) 결승 1차전 홈 경기서 멀티골을 작성한 응우옌쑤언손의 활약 속에 2-1로 승리했다.
5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릴 원정 2차전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2018년 대회 이후 7년 만이자 세 번째로 동남아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태국은 이 대회 8번째 우승이자 3연패를 노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10개국이 출전하는 AFF컵은 AFF가 주관하는 이 지역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다.
베트남은 지난 2022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다. 베트남이 대회 2회 연속 결승에 진출한 건 지난 1996년 대회 창설 후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에는 박항서 감독 밑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박 감독은 2018년 말레이시아를 누르고 2008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베트남에 AFF컵 우승트로피를 안긴 적이 있었다. 2020년 대회에선 4강 진출을 이뤘다.
동남아 최고의 축구 대회인 AFF컵에선 한국인 감독이 4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는 진기록이 수립됐다. 앞서 2018년 대회에서 박항서 감독, 2020년 대회에서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 2022년 대회에서 박항서 감독이 결승전 벤치에 앉았다.
지난 5월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할 때 베트남축구협회가 요구했던 AFF컵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확정한 김 감독은 결승 1차전서 태국을 꺾으며 제2의 박항서 신화를 쓸 준비를 마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4위 베트남은 97위 태국을 상대로 전반전 공 점유율에서는 32% 대 68%로 밀렸다. 그러나 효율적으로 경기 운영해 태국(6개)보다 많은 10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흐름을 주도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베트남은 응우옌쑤언손을 투입, 공격력을 끌어 올려 득점 사냥에 나섰다. 후반 6분 응우옌쑤언손의 문전 다이빙 헤더가 크로스바를 살짝 넘겨 태국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태국의 골문을 위협하던 베트남은 후반 14분 응우옌쑤언손의 골로 앞서 나갔다.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부반타인이 머리로 반대쪽으로 연결하자 쇄도해 들어온 응우옌쑤언손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어 1-0을 만들었다.
응우옌쑤언손은 거침 없었다. 후반 20분 수비 라인 사이를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으나 오른발 슈팅이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던 응우옌쑤언손은 후반 28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상대 수비진의 공을 빼앗은 응우옌쑤언손은 왼쪽 측면을 내달린 뒤 왼발 슈팅으로 반대쪽 골대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이번 대회 통산 7호골을 기록한 응우옌쑤언손은 득점왕 레이스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베트남은 후반 36분 태국 수파낫 무에안타의 강력한 프리킥이 크로스바에 맞은 뒤 골 라인 근처에서 바운드돼 나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2분 뒤 찰레름삭 아우키에게 헤더를 허용해 만회골을 내줬다.
이후 베트남은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2-1로 승리를 따내 결승전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태국 대표팀을 이끄는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과의 '사령탑 한일전'에서 먼저 웃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과 2022년 AFF컵 뒤 결별하고 일본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려놓은 프랑스 출신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벤치에 앉혔다.
그러나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하는 등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입지가 위태로웠다. 베트남축구협회는 라이벌 인도네시아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4차전 연속 대결에서 모두 패하고 3차예선 진출이 사실상 좌절되자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하고 다시 한국인 지도자인 김상식 감독을 데려왔다.
김 감독이 온 뒤 베트남 대표팀은 반등하는 모양새다.
데뷔전이었던 월드컵 3차예선 필리핀과의 홈 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둔 김 감독은 이후 이라크, 러시아 등 한 수 위의 팀들과 대결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AFF컵에서 7전 전승 18득점 4실점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까지 내달려 베트남 축구의 통산 3번째 우승을 정조준하게 됐다. 2차전 원정에서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박항서 감독은 태국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베트남은 태국을 상대로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승리가 정말 기쁘고 흥분된다. 27년 만에 태국을 상대로 거둔 홈 승리로 새해를 시작하는 베트남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앞서 말했듯이 넘지 못할 산은 없다"며 우승까지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베트남축구연맹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