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 최상목·한동훈·유승민…누가 누구를 배신한 것인가?
연합뉴스
입력 2025-01-03 07:30:02 수정 2025-01-03 07:30:02
'헌재 재판관 임명' 최상목에 배신자 프레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배신 피해자?
대통령제·소수선거구제 바꿔야 정치수준 제고


대화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기재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대통령이 얼마나 아꼈는데 감히…"

윤석열 대통령의 '최애(最愛) 관료'로 불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재부 장관이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자 여권 주류가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있다. 6인 재판관 체제를 고수해 윤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저지하려던 '침대축구' 전략이 일순간에 무너진 탓이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3년 후배인 최 대행을 사석에서 "상목아"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히 챙겼다고 한다. 최 대행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각료 중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밝힌 뒤로 남남이 됐다. 최 대행에 앞서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한동훈 전 대표가 친윤계와 보수 유튜버들의 표적이 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육사 졸업식에 참석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서울=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육사연병장에서 열린 육사 11기 임관 40주년 행사에 참석한 후 걸어나오고 있다. 1995.10.7 (끝) <저작권자 ⓒ 2009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배신'은 현대 정치사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다. 이승만 정부부터 시작된 대통령 일극체제가 변동을 겪는 지점에는 측근이 주군의 뒤통수를 때리는 일이 빈번했다.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저격한 10·26사태가 대표적이다. 김재규는 5·16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고향(경북 구미) 형님인 박정희를 뒷배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 초대 보안사령관과 국회의원, 건설부 장관을 거쳐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중앙정보부장에 올랐지만, 경호실장 차지철에게 밀려 경질 위기에 놓이자 친형과 다름없는 박정희를 시해해버렸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육사 동기생 전두환 밑에서 신군부 2인자로 군림했던 노태우도 보수층 사이에 배신자로 찍혀 손가락질을 받았다. 노태우에게 전두환은 보안사령관, 민정당 대표, 대통령 자리까지 물려준 보스였지만, 권력을 쥐자 태도가 돌변했다. 야당의 5공 청산 요구로 수세에 몰린 전두환을 지켜주기는커녕 설악산 백담사로 보냈다. 그런 노태우도 집권당 대표로 만들어 자신의 권력을 넘겨준 김영삼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김영삼은 12·12 쿠데타와 5·18 광주항쟁 책임자 처벌 요구가 빗발치자 전두환·노태우를 내란수괴로 단죄하고 감옥에 넣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이정현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오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16.7.8 srbaek@yna.co.kr

한동훈 전 대표에 이어 최상목 대행을 배신자로 모는 여권 주류의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버랩된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합리적 보수를 말하는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직격했고, 이후 유 전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10년째 와신상담하고 있다.

측근이 배신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십중팔구 권력에 취해 초심을 잃은 주군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유독 우리 정치권의 경우 측근이 배신의 가해자, 주군이 피해자로 부각되며 인과관계가 뒤바뀐 양상을 띤다. 골수 지지층이 다른 편 정당에 대한 증오심에 갇힌 나머지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그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는 소선거구제가 바뀌지 않는 한 배신의 정치 프레임은 갈수록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j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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