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탐지 열화상 카메라 없어…"이착륙때 조류퇴치 강화 필요"
"활주로 연장 실익 없어"…"내년 국제선 취항, 활주로 적합 기종 운영"
"활주로 연장 실익 없어"…"내년 국제선 취항, 활주로 적합 기종 운영"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무안국제공항과 환경이 유사한 울산공항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짧은 활주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울산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가 활주로는 무안공항보다 더 짧기 때문이다.
◇ 전국 최대 떼까마귀 도래지 울산…"이착륙 시간대 조류퇴치 강화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울산공항에서 총 3만427편의 운항 편수 중 12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약 2천535번 중 1번꼴이다.
운항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비율은 국내 14개 공항 중 무안공항이 0.090%(1만1천4편 중 10건)로 가장 높았고, 울산공항은 0.039%로 4번째였다.
울산공항 조류 충돌 비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공항보다 높은 것은 울산이 철새 도래지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울산은 겨울마다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들이 모여드는 전국 최대 떼까마귀 도래지다.
떼까마귀들은 태화강 옆 남구 삼호대숲을 중심으로 먹이 활동을 한다. 주요 먹이는 추수 후 논에 남은 낙곡(떨어진 낱알) 등이다.
이들은 먹이를 찾으러 가깝게는 울산 북구, 멀게는 경북 경주나 포항 등지까지 날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울산공항 주변을 지나가게 된다.
또 울산에는 매년 다양한 철새가 찾고 있어 떼까마귀가 아닌 다른 조류로 인한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떼까마귀 전문가인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는 "울산공항은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에 속한다"며 "다만 이동 경로보다는 떼까마귀가 먹이 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대와 항공기 이착륙 시간대가 겹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떼까마귀는 해가 뜨기 전부터 잠자리인 삼호대숲을 나서기 시작해 오전 8시 이전에는 이미 먹이활동 장소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시간은 해가 지기 1시간 전부터 1시간 후로, 최근 일몰 시각을 기준으로 보면 오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는 잠자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현재 울산공항 운항 스케줄과 비교하면 가장 빠른 이착륙 시간이 오전 8시 50분(도착), 오전 9시 30분(출발), 가장 늦은 시간이 오후 7시 35분(도착)과 오후 8시 15분(출발)으로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오히려 떼까마귀보다는 수조류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공항 내 물웅덩이가 있으면 새들이 앉아 쉬다가 항공기가 착륙하거나 할 때 놀라 날아갈 수 있다"며 "웅덩이를 메우고 공항으로 접근하는 조류를 쫓아내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전담 인력을 4명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류 탐지 레이더와 조류 탐지 열화상 카메라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1곳도 없고, 열 화상 카메라 설치 공항은 김포공항·김해공항·제주공항 등 3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은 이들 시설의 설치 의무화를 위해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 울산공항 활주로 2㎞ 국내 최단…연구용역 "연장은 비용 대비 실익 적어"
울산공항 활주로 길이는 2천m로 국내 공항 중 가장 짧다. 무안공항은 2천800m다.
아직 많은 논란이 있지만 동체 착륙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구조물과 부딪히지 않고 속도를 줄일 수 있을 만큼 무안항공 활주로가 길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울산공항의 짧은 활주로 역시 동체 착륙 등 비상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항공편 수요와 항공기 크기·무게 등을 고려해 활주로를 운영하는 만큼 길이만을 따지는 것은 무리라는 반박 또한 나온다.
울산시는 지난해 '울산공항 활용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는데, 공항 확장과 관련해 최대 500m의 활주로 연장 방안은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실익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7일 울산시는 내년 울산공업축제 기간에 울산공항에 부정기 국제노선을 취항한다고 발표했다.
시는 현재로서는 국제선 취항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31일 "국제선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울산공항 활주로 규모에 맞는 기종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무안공항의 미비점 등이 나오게 되면 그에 맞춰 울산공항에 대해서도 보완을 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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